비우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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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
오랜만에 책상 정리를 깨끗이 하고 나니 배가 부른 쓰레기통이 입을 못 다물고 있더군요. 위가 아닌 낮고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제 역할 하는 겸손함. 더럽고 용도폐기된 것들을 받아주는 사라질 것들의 마지막 쉼터. 자신의 용량이 꽉 차면 싹 비울 줄 아는 ‘무소유’의 정신.
가을이 아름다운 건 새로움을 채우기 위한 비움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적멸이 아닌 비움의 어느 가을, 쓰레기통이 가르쳐주네요. 쓰레기통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를 한번이라도 아무 말 없이 다 받아준 적이 있느냐. 너는 한번이라도 새롭게 채우기 위해 다 비워본 적이 있느냐.
편집위원 김용운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