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어 줘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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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7 <발행 제242호>
5월은 감사할 일이 참 많은 달이다. 소중한 사람끼리 마음을 담은 선물도 풍성히 오간다. 하지만 물질적인 선물을 차치하더라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수 있다. 어깨를 내어주고 다독여 주는 삶이야말로 희망이자 위안이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 5월을 즈음해 우리와 이웃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애틋한 사연들을 만나 보았다. 장애인 자녀의 자립을 위해 공예를 가르치는 어머니, 대장암 투병 중에도 부인을 위해 택시 운전을 하는 남편, 동갑내기이지만 친구보다 더 단단한 사제지간, 친정아버지와 어머니, 시어머니까지 연달아 세 분을 모신 어느 효부의 이야기까지 저마다 사연도 다양하다. 이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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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김혜숙, 배천분, 정복희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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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눈빛이 열 마디
말보다 더 고맙죠
<동갑내기 스승과 제자, 이명길 학생과 박영조 교장>
저녁 7시,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성심중학교에 모여든다. 고단할 법도 할 시간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로 교실은 어느새 열기가 가득하다. 이명길(가명) 씨도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예순이 넘어 뒤늦게 중학교 과정을 시작했다. 그런 만큼 공부가 더없이 소중하고 절실하다.
“배움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살아왔지만, 막상 이곳에 오기까지는 두려움도 컸어요. 그 두려움을 없애 주신 분이 바로 교장 선생님이죠. 담당인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언제나 자상하게 가르쳐 주시거든요. 각 중학교를 돌아다니며 모자란 교과서를 직접 구해 나눠주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이 씨의 말처럼 늘 학생들 곁에서 말없이 지원군이 되어주는 이는 박영조(64) 교장이다. 박 교장은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들 하지만, 이분들에겐 지금이 기회거든요. 오히려 어린 학생들보다 열의가 더 대단해요. 덕분에 여기 오면 저도 힘을 얻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의 목표는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까지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의 목표에 박 교장은 최대한 힘을 더해 줄 생각이다. 이 씨는 “특별대우 보다는 그냥 늘 선생님이 곁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니까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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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해서
더 사랑스러운
내 아이
<전래놀이 강사 서다숙 씨와 딸 신유정 양>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자신의 아이는 가장 귀하고 소중하다. 그중 특별해서 더 애틋한 모녀가 있다. 전래놀이 강사 서다숙(48·삼산동) 씨와 딸 신유정(18) 양이다.
유정 양이 두세 살 되던 해 다른 아이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서다숙 씨. 그는 아이의 성장과 정서를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은 지 고민하며 찾아 다녔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놀이가 아이의 정서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알게 됐고, 관련 놀이를 깊이 있게 공부해 자신의 직업으로 삼았다. 숲 해설가, 전래놀이 강사, 텃밭 강사, 생태 안내자 등이 서다숙 씨의 직업이다.
중학생이 된 유정 양은 엄마가 진행하는 수업에서 자신이 익힌 전래놀이 실뜨기, 손 유희 등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월 1회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부평미군부대 안에서 열린 ‘별별아트마켓’에서는 두 사람이 직접 만든 ‘다섯꽃잎브로치’를 판매했다. 조금 서툴러도 두뇌와 정서 발달, 사회성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서다숙 씨는 유정 양에게 판매와 계산도 시켰다.
“아이가 내 곁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며 뭔가 하고 있을 때,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때 정말 사랑스럽다.”라는 서다숙 씨. 휴대전화 사용을 줄일 수 있게 강아지를 길러볼까 고민 중이라는 그의 걱정은 세상 모든 엄마의 걱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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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이름 엄마,
그리고 남편
<가족애로 살아가는 현이종·박영례 부부>
신혼 초부터 어긋난 박영례(58) 씨의 부부생활은 암흑이었다. 계속되는 남편의 방황과 폭행. 돌이켜보면 어찌 지내왔나 싶은 고통스러운 날들이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시부모님을 모시고 두 아들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돌 지난 첫아들의 뇌성마비 판정으로 남편 현 씨의 방황은 더했다. 그러던 2010년 3월, 남편은 직장암 판정을 받고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첫 수술 받을 당시 남편을 향한 박 씨의 가슴엔 미움과 원망뿐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수술 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연민으로 마음이 아파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암에 좋다는 식재료를 사들여 정성껏 병간호한 지 5년. 보답이라도 하듯 마침내 2015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내 맘대로 이기적으로 살았던 지난날이 부끄럽고 참 미안해요. 이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내 말을 잘 듣고 이해하며 위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새 삶을 얻은 현이종 씨는 허약한 아내를 위해 아들의 병간호를 하며 가족을 지키는 든든한 가장으로 우뚝 섰다.
“지금은 가진 것 없어도 행복이란 걸 알게 됐다.”라고 말하는 박영례 씨의 얼굴에는 그동안의 힘들었던 그늘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밝고 온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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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는 사람으로서 기본 도리죠
<효부 천은희 씨>
“자식 된 도리로 부모님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이런 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천은희 씨.
친정아버지(알코올 중독) 병시중과 시어머님(중풍, 치매), 또다시 치매로 고생하시는 친정어머니(82)를 모시고 사는 천은희(60·산곡4동) 씨는 동네 사람 누구나 인정하는 효부이자 효녀다. 간호조무사, 버츄프로젝트 인성교육 강사, 장애인 인권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7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멧골(산곡4동) 축제에서 효부상도 받고, 장애우 대학교 졸업식 때 교육감상도 받았다.
“일과 병행하다 보니 어려움도 있지만, 자식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모시고 있다. 어버이날이라고 큰사위가 할머니께 드릴 맛난 음식을 사 왔다.”라며, “효는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이자 자식이 부모에게 진 빚을 조금씩 갚는 것이다.”라고 활짝 웃었다.
천 씨의 부모 사랑은 자녀들에게도 산교육이 되고 있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며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천 씨는 “성당에 다니면서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있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위해 봉사하면 마음이 편하다.”라며, 효행이 미담이 아닌 당연한 일이 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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