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걷고 싶다
-꽃과 나무로 싱그러운 골목정원 -
2013-07-25 <>
“십 년 전 프랑스에서 본 후로 이렇게 예쁜 수국은 처음 봐요.”
길 가던 사람들이 탐스러운 수국에 푹 빠져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북인천 우체국 뒤 골목길. 집집이 약속이나 한 듯 초록을 담은 화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층집 높이만큼 훌쩍 큰 소나무 아래 보랏빛 달리아, 주홍빛 산나리, 나무수국 등이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담하게 피었다. 맞은 편 가정집과 세탁소집 앞에는 널따란 그늘을 드리운 모란 잎, 지붕을 곧 점령할 듯 줄 타는 수세미 덩굴의 한여름 행군이 싱그럽다. 소나무는 23년 전 조그만 묘목 때부터 키웠다고 한다.
작은 골목길을 푸른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한 전명임(78·부평1동) 씨는 열아홉 살에 시집와 50여 년을 이곳에서 쭉 살았다.
이름 없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전 씨는 새벽에 일어나면 옥상과 집 앞 나무에 듬뿍 물을 주며 하루를 연다. 밥을 먹다가도 생각나면 꽃나무 먼저 살필 정도로 꽃을 사랑한다. 이렇듯 전 씨의 사랑과 정성으로 가꿔진 골목정원은 사철 색 다른 꽃을 피워 이웃과 행인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저녁 무렵 더위를 식히느라 나무 그늘 밑 의자에 앉은 박정희 씨는 “요즘 같이 더운 날 매일 물을 줘야 하니 한 달 물값도 만만치 않아요. 아파트 사는 사람들도 일부러 이 골목을 찾아 둘러 가곤 한답니다.”라고 골목정원을 자랑한다.
전명임 씨는 “봄엔 철쭉, 가을엔 국화가 정말 곱지요, 애들이 허리 아프다고 그만하라지만 어린 것들이 쑥쑥 크는 걸 보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이웃 친구 집에도 나눠주곤 해서 함께 잘 키우고 있지요.”라며 꽃처럼 활짝 웃는다. 골목이 환하다.
정복희 명예기자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