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이 책 한 권은…
-박소희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장 -
“22살때 라이터를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 신나 냄새 물씬 풍기는 현장에서 아주 잠깐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박소희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장은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새벽, 채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 공단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늘 같이 다니던 어린 친구가 있었다. 가족 모두가 시골에서 올라와 동생과 함께 그 공장에 다니고 있었던 열 대여섯살된 친구였는데, 잠을 못 자 퉁퉁 부은 얼굴과 가끔씩 쏟아내던 코피가 어제 일인 듯 분명히 기억이 난단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을 읽으며 갑자기 그 때 일들이 다 떠올랐다는 박소희 회장. ‘어떻게 되길래, 어떻게 되길래’를 연발하며 계속 읽어 내려 갈 수밖에 없었다는 이 책.
1988년 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그 시절, 청춘의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해 낮에는 공장에서, 밤에는 공부로 희망을 키워가는 열일곱 세 소녀 순지, 은영, 정애의 이야기다. 안양 섬유봉제공장 화재로 기숙사에서 잠자던 10대 소녀들이 사망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작품은 2010년 2분기 한국문화예술위의 우수문학으로 선정됐다. 청소년 소설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회적 이슈를 건드린 작품으로 평해진다.
박소희 회장은 이 작품을 오늘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어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작가의 말을 통해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며 많은 이들이 읽어보기를 권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든지, 그 일과 계획을 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이 일을 하면 어떤 사람들의 마음과 몸이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고 있든, 돈이 많든 적든, 사람대접 받으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꼭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도 사람이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도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꼭 새기고 살테니까”
- 작가의 말 중에서
정리/이현숙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