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에 차려지는 따뜻한 점심상
-사랑의 빨간밥차, 희망 싣고 달리다-
2009-11-27 <>
‘평상시에 먹고 싶었던’ 음식 먹으며 세상과 소통
사랑의 밥차는 처음엔 쌀과 부식을 홀로 사는 어르신들 가정에 직접 배달했던 봉사자들이 밥을 해드리자는 의견이 맞아 시작했다. 처음엔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장애인 가정을 찾아 쌀과 라면을 제공했지만 몸이 불편한 그들에게 다른 어려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밥차를 시작했다는 이선구 이사장. 앞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도시락배달도 생각하고 부평역 지하계단통로를 사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어르신들께 쌀을 배달해 드리니 그걸로 식사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걸 몰랐죠. 또 다른 이유라면 어르신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과 친해지도록 만들어 드리기 위해 급식을 시작했습니다”라며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생각해 소화하기 쉬운 재료를 선택한다”고 전했다.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라 ‘평상시에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이선구 이사장의 바람이다. “고만 떼어먹고 잘 좀 해라”하는 어느 술 취한 노숙인의 말에 정말로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식사를 제공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혼자 먹는 밥 아니라 행복해요
식사를 하던 한 어르신은 “먹고 싶다면 얼마든지 더 주고 있어 배부르게 먹는다”며서 “집에 혼자 있다 보니 식사하기도 싫었는데, 많은 사람들과 노래도 부르고 이발도 해주니 월요일 부평역 식사시간이 기다려진다”고 즐거워했다.
이선구 이사장은 “현재 300분에게 식사제공을 해드리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드실 수 있는 부식비 마련이 사실 가장 급박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는 아침을 먹지 못하는 결식아동을 찾아 아이들의 건강과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부평역에서는 빨간밥차 말고도 일주일 내내 무료급식이 있다. 서울역에서 무료급식을 5년째 하고 있다는 오준영 목사는 “서울역에서는 일부 노숙인들이 국을 주면 안주로 먹는 경우가 있어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곳 부평역에서는 받은 식사를 안주로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무료급식소 주변에서는 술을 마시고 싸움까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현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혜선기자 2hyesun@paran.com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