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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가 들려주는 부평 스케치

-날개 달린 고무신 - 안선모(동화작가, 인천연수초등학교 교사)-

2008-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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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저녁마다 부평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가는 길 오는 길에 한눈팔기 대장인 나는 이곳저곳 기웃거리기 일쑤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것이 운동화 가게이다. 요즘 유행하는 신발을 파는 가게인가 보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이 걷는 법을 연구하여 만들었다는 운동화. 그 운동화를 신고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 선전 문구에, 또 마침 신고 있던 운동화 밑창이 다 닳아 비만 오면 발이 젖기에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런데 운동화 한 켤레 값이 이십여 만원? 한참 고민하다 그냥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운동화 한 켤레가 30만원 가까이 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적 일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아마도 2-3학년 때쯤이었을까? 그때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고무신을 신었다. 여자 애들은 앞코가 삐죽이 올라온 하얀 고무신, 남자 애들은 앞부분이 뭉툭한 검정 고무신. 운동화는 한 반에 한두 명 정도가 신었을까?
그런데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운동화를 샀다며 자랑하는 것이었다.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그래, 그런데 딱 한 번이야.”
친구가 으스대며 발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닿는 운동화의 감촉은 고무신과는 영 달랐다. 미끌미끌한 고무신과 달리 운동화는 포실포실 부드러웠다. 그리고 깜찍하고 예뻤다.
“나, 한 번만 신어보면 안 돼?”
“안 돼!”
매일 눈만 뜨면 만나서 놀던 친구가 박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어찌나 서운하던지. 또 어찌나 부럽던지.
"나도 운동화 사 달랠 거야."
철없는 아이는 집으로 달려와 엄마 치마꼬리를 잡고 졸랐다.
"나도 운동화 사 줘."
"안 돼! 그 고무신 산 지 얼마 안 됐잖아. 그 고무신 찢어지면 그때 사 줄게."
철없는 아이는 곰곰 생각했다.
'분명 고무신이 찢어지면 사준다고 했겠다!’
철없는 아이는 고무신을 찢기 위해 고무신 코를 잡아당기고, 물어뜯고 별짓을 다했다. 하지만 고무신은 생각만큼 쉽게 찢어지지 않았다.
그 후, 얼마 있다가 아이는 소원대로 운동화를 신게 되었다. 고무신이 찢어져서 받은 게 아니었다. 생일이었나, 아니면 무슨 명절이었나.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고무신 신고 훨훨 달렸다, 아니 날아다녔다고 할까. 10리 20리 먼 길을 잘도 걸었고, 깊은 산속 우거진 수풀 속도 잘 헤치고 다녔다. 오래 신어 헐거워진 고무신을 신고도 냇물 속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물고기를 잡고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그뿐인가. 운동회 때 고무신을 신고 달릴 수 없어 헝겊으로 만든 신을 신었다. 운동회 날이 되면 어머니는 두꺼운 광목천으로 발에 꼭 맞게 헝겊신을 만들어주었다. 그 신을 신고, 운동장을 달렸다. 마치 날개라도 달린 듯 잘도 달렸다.
지금은 어떤가. 지천으로 새록새록 넘쳐나는 디자인, 새로운 성능을 자랑하는 신발들이 나오고 있다. 한번 신발장을 열어보라. 넘쳐나는 신발들로 신발장이 작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니 문득 고무신이 신고 싶다. 고무신의 넉넉한 품에 안긴다면 하루 종일 시달린 발이 얼마나 편할까?
발이 편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고, 마음이 편하면 뇌도 편하여 글도 술술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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