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좀 서툴지만, 우리는 한국인
-2008년 부평을 살아가는 색다른 이웃을 만나다-
'퍼스트네팔' 뇨파네수문 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와 친구들
부평에는 52개국 7,898명(근로자 5,101명, 혼인귀화 1,643명 외 다수)의 외국인 이민자들이 부평이라는 공간 속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이 되어가고 있다. 조금 서툰 한국말을 하는 색다른 이웃, 외국이민자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 부평 거주 4년차 어엿한 사장님, 아시프 씨
부평지하상가를 찾았을 때 분주한 상가 하나가 눈에 뜨였다. 인도 의상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파키스탄인, 모하메드 아시프(24) 씨. 그의 우리말 발음이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한국에 온 지 불과 4년 만에 장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무작정 깎아달라는 게 가장 힘들어요. 물건을 보고 사진만 찍는 손님들 때문에 약간 곤란하기도 했습니다”라고 그동안의 불편했던 점을 털어놓는다. 그도 처음엔 다른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언어소통의 문제, 문화적 충돌, 사회적 편견과 차별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인도에서 정규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그가 가장먼저 한 일은 행상이었다. 부평문화의 거리에 행상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가장 번화하다는 부평 지하상가 속에서 다른 한국인 상인들과 더불어 열심히 살아가는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
그에게 꿈이 있다면 차별받지 않은 삶과 더 많은 돈을 벌어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합법적으로 한국에 살고 있으며 세금도 내고 있는데 외국 국적의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간혹 고충을 겪게 된다고 어렵게 털어놓았다. 아시프 씨의 커다란 검은 눈이 촉촉해지는 건 비단 고향이 그리운 것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 다른 문화 배우고 수용하는 지구촌 이웃
부평역사 부근 골목에 있는 ‘퍼스트네팔’은 맛있는 카레집으로 입소문이 나 한국인들도 즐겨 찾는 집이다. 네팔음식점을 운영하는 뇨파네수문(32) 씨는 부평에 정착한지 6-7년 만에 음식점 사장님이 되었다. 그동안 한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요리를 배운 열성파기도하다.
이곳에서 만난 육현아(31.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씨는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글교실’을 통해 우리나라를 ‘따뜻한 나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서툰 우리말로 감사의 편지를 보내올 때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한국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제 입모양을 보고 큰 소리로 따라 외치는 이들의 눈망울을 볼 때는 사명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민자들을 단순히 돈을 벌기위해 온 외국인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들이 우리 문화를 배우듯, 그들의 문화를 수용하고 어우러질 때 지구촌 이웃이 된다.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는 민간 외교관이기도 하다.
모습과 문화는 다를지언정 우리 모두는 한 시대 같은 별에서 사는 이웃들이다.
이혜선 기자
2hyes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