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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름을 유난히 기다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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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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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자 (삼산2동)

나는 유난히 신 과일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제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과일도 요즘은 비닐하우스 덕분에 1년 내내 먹을 수 있고 다양한 수입과일도 있어서 좋은 시절이지만 나는 여름에만 잠깐 나오고 마는 자두를 과일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때를 놓쳐 마음껏 먹어두지 않으면 다음 여름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 가끔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전남 보성 시골을 시댁으로 둔 나는 시아버님이 택배로 보내주시는 자두를 매년 사과박스로 한 상자씩 선물로 받곤 했다. 유난히 화초나 유실수 가꾸는 것을 즐겨하시는 시아버님을 둔 덕분에 철없는 며느리는 그렇게 좋아하던 자두를 해마다 상자째 선물로 받았던 것이다.  
시장에 내다 팔기위해 가지치기를 하거나 농약을 한 것이 아니라서 상품성도 없고 군데군데 벌레도 먹고 따다가 땅에 떨어져 생채기도 나, 모래흙이 고스란히 박힌 놈도 있건만 한개도 버리지 않고 칼로 도려내고 여름 내내 행복해하며 먹곤 했다. 다행이 다른 식구들은 신 것을 좋아하지 않아 모조리 내 차지였었다.
한번은 그날따라 유난히 많이 먹었던지 저녁에는 이가 시어서 도저히 밥을 먹을 수도 없었던 적이 있었다. 신 것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다른 음식을 씹을 수도 없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었다.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여름 내내 아껴가며 먹었던 그 맛난 자두를 이제는 더 이상 박스째 받아먹던 행운이 나에게서 사라졌다. 그걸 따서 박스에 담아 택배로 부쳐주시던 시아버님이 2년 전에 세상을 뜨셨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보면 수박, 참외, 토마토, 바나나 등 맛있고 다양한 과일이 즐비하지만 한입 베어 물면 온몸이 짜릿하도록 전율이 느껴지던 그 시원하고 새콤한 자두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느새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내가 좋아하는 자두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올 여름도 여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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