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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한모에 담긴 사랑

-조혜미(삼산2동)-

2007-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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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항함치료를 받고 기운이 하나도 없으신 시아버님을 모시고 퇴원하는 날 차안에서 어머님이 자꾸 두부 한모 살 수 없겠느냐며 밖을 보며 두리번거리셨다. ‘며칠 병원 밥에 질려서 얼큰한 두부찌개가 드시고 싶으셨나 보다’ 생각하면서도 속이 불편해 자꾸 인상을 쓰시는 아버님께 신경을 쓰느라 집에 도착 할 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 준비를 어떻게 하나 생각하다가 매운 것이 맞지 않은 아버님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려고 찬물에 미역을 불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어머니는 언제 나갔다 오셨는지 손에는 포장 두부 한 모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는 생두부를 자꾸 아버님께 한 입 베어 먹으라고 권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속이 불편한 시아버님이 그 차가운 두부가 입에 당길 리도 없겠거니 왜 자꾸 안하던 짓을 하냐며 신경질을 부리셨다.
  옆에서 지켜보단 나도 왜 갑자기 두부를 가지고 저러시나 의아해 했지만 잠시 후 어머니의 속내를 듣고 가슴이 찡했다.
  “ 괜히 그러니? 아니 ~ 사람들이 감옥에서 나오면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 말라고 꼭 두부를 먹지 않냐. 그래서 저 양반도 다시는 병원에 가지말로고 두부를 준 건데 속도 모르고 저러니 서운하지 않겠냐? ” 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어뚱한 생각에 자꾸 웃음이 나왔지만 그 마음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위엠에 걸려 수술을 하고 몇 번의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면서 아버님이 다시는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정말 귀한 것은 가장 흔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늘 곁에 있어 소중한 줄 모르고 함부로 대해도 옆에 오래오래 계실 줄만 알았던 부모님. 생각 할수록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이다. 그날 저녁 나는 뜨거운 물에 두부를 데쳐 네모나게 썬 뒤 심심한 간잔을 만들어 상에 올렸다.
  “아버님. 아 ~ 해보세요. 따뜻한 게 제법 먹을 만 하네요.” 며느리의 권유에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한 조각 드신다.
   “ 내가 줄 때는 거뜰떠도 안보더니 며늘아기가 주니까 드시유? 변덕 하고는······.” 어머님의 간절한 마음 때문이라도 어서 빨리 완쾌 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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