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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잇속을 처음 들여다보니…-
2007-0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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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잇속을 처음 들여다보니…
“두들길 수가 없어요. 아버지 왜 그렇게 몸이 마르셨어요?”
모처럼 아버지 어깨를 주무르다가 뼈가 앙상하게 잡혀 손바닥을 오므리고 툭툭 칠 뿐 주먹 쥐고 두들길 수가 없었다. 지난여름 휴가 때와는 다르게 너무 거무튀튀해지시고 말라깽이가 되셨다.
“음~ 당이 있어서 그런가벼.” “아니에요. 시아버님은 당 때문에 살이 찌시던데요?”“이가 부실해서 잘 못 먹으니까 그런가보다.” 옥수수 알처럼 촘촘히 고르게 박혀있던 아버지 이.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한번 아~ 해 보세요.” 난 아버지 잇속을 들여다보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양쪽 윗니 어금니가 구석까지 죄다 빠져 있었다.
아랫니 가운데 한 개는 잇몸 악화로 흔들리고……. 어금니로도 못 씹고 앞니로도 못 씹고.
“아버지 낼 당장 치과 가서 X-ray 찍고 검사해요. 당 때문에 치료를 못하는 건지.”
“아녀, 코앞이 칠십인디 얼마나 산다고”
“아니에요. 이제 칠십인데 드시는 것 시원찮으면 어쩌시려고요?”
“치과가면 돈인디 그게 뭐 이삼 만원 하는 줄 알어? 검사해 봤는디 틀니 해야 한다더라”
“얼마 든대요?”(속으로 7,8백 들겠거니 했다.
“90만원 든데 그게 누구 이름이냐?”
“네? 그것밖에 안 들어요? 당장해요. 제가 3백만 원 마련할 테니 당장요.”
아버지는 요즘 두 달여간 일 하신다고 객지에 계신다. 아스팔트 도로 공사장에서 물차 운전을 하신다. 그래서 오늘 비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집에 다녀오라 휴가를 줘 딸네 집으로 오신 거다. 공사가 거의 끝나가 이젠 일산으로 옮길 예정이란다.
난 “이것까지만 하시고 옮길 때 그만 두세요”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하루 일당이 4만원 조금 넘는디 우리 같은 늙은이에게 누가 그렇게 주간디? 그 돈이면 많이 받는 거여. 사실 내가 네들한테 부담 안주려고 돈 좀 모아서 이 치료할까도 했는디 그것이 영~(한숨).”?
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자주 아버지 어깨를 주물러드렸더라면 잇속을 들여다보았더라면… 한 시간 5만 원짜리 수업하면서 거만 떨고 어지간한 3만 원짜리 수업은 남 주고 그랬는데 아버진 하루 종일 4만원 벌려고 먼지 날리는 공사현장에서 노가다 인부로 생활하시다니 정말 죄송해요. 평생 자식에게 신세 안 지려고 애쓰시는 것 다 알아요. 집에 계실 땐 푼 돈 번다고 두 분 머리 맞대고 마늘 까시고 좀 안 보이신다 해서 여쭈면 강원도 채석장에서 돌 실어 나르거나 노란 학원차 운전, 관광버스 운전, 동사무소 가서 공공근로 알아보시고 나이 많아 안 된다더라 실망하실 때.
정말, 아버지 저 서글퍼요. 아버지 땜에 저 쉴 수가 없어요. 아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려주시던 말씀 “몸은 죽으면 썩어진다. 살아있을 때 많이 부려먹어라.” 그래서 제가 더 멈출 수가 없어요. 저 용서하세요. 제 자식이 삐뚤게 난다고 몇 백만 원씩 들여서 교정하면서도 아버지 잇속 한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못난 딸 용서하세요. 염치없어 눈물만 나고 이 불효를 어찌 빌어야할지……. 서러워서 못 견디겠습니다.
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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