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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있는 그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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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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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있는 그것들

 

무엇하나 부족 할 것 없는 왕자였지만 그는 늘 바깥세상을 동경했다. 보다 못한 왕은 아들의 외투 안쪽에 온갖 금은보화를 촘촘히 꿰매 주며 그의 소원대로 밖으로 내 보냈다. 어렵고 힘들고 외로울 때 외투 속에 숨겨둔 금은보화를 이용해 험한 세상을 살아가보라는 부모의 깊은 사랑까지 꿰매어서.
한해두해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왕자는 거지행색을 하고 고단한 모습으로 부모가 있는 궁으로 돌아왔다. “세상은 참으로 두렵고 고달프고 험한 곳이었습니다.” 왕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왕자의 외투 안쪽을 들춰 보고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왕이 그를 위해 준비해준 금은보화가 고스란히 있었던 것이다. 외투를 들추기만 했더라면 그의 인생은 보다 충만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웠을 것을. 왕자는 자신의 품속에 있는 보석들을 찾지 못하고 세상 탓만 하며 고달픈 여정을 보냈던 것이다.                  
베란다에서 바라본 헐벗은 겨울 정원수들은 그 단단한 껍질 속에 무수히 많은 푸름을 꼭꼭 숨겨두고 때를 기다리며 꿈꾸고 있다. 나는 도무지 그들에게 쉽게 이름을 붙일 수가 없다.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아서. 머지않아 산들 봄바람 불면 잠에서 깨어난 나목들은 푸른 꿈들을 피워 내겠지. 은행잎 ,단풍잎, 모과잎, 플라타너스잎 등으로.
창밖에 펼쳐진 나무들을 바라보며 나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사색에 잠겨본다. 생명이 움트는 초록빛 봄을 맞이하기 위해 모진 추위와 싸우고 회색빛 대지 깊숙이 내린 뿌리로 힘겹게 양분을 빨아들이는 나무들처럼 나는 얼마나 준비된 삶을 살고 있었던가? 혹시 준비되지 않아 내 곁에서 봄들은 그저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린 것은 아닐까? 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으며 날아다니는 새는 포수의 총도 빗겨 간다는 이야기처럼 흐르는 물처럼 날아다니는 새처럼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맞이했는가? 아니면 왕자처럼 환경과 사회와 이웃에게 탓을 돌리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턱을 괴고 앉아 깊은 상념에만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전에 TV광고에 “두 가지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할 수 있다는 의견과 또 하나는 할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문장이지만 실은 내 내면에 존재하는 실체를 뚜렷이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긍정보다는 부정의 시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시각에서 시작하니까 늘 참 잘했다는 생각 보다는 그때 그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곤 했다.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마인드를 갖고 자신감 있게 추진하는 긍정의 힘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할 때라고 했던가. 나는 결코 포기 할 수 없다. 형형색색의 찬란함으로 끈임 없이 무수히 피어나는 내안의 존재들을. 봄이면 비로써 잎을 피어내 자신의 존재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나무들처럼 내안의 그것들이 어떤 빛깔인지, 어떤 모양인지, 어떤 향기인지 그 누구라도 구별할 수 있도록 세상 밖으로 피어내리라.
나는 밖이 훤히 바라다 보이는 베란다 유리창에 입김을 호호불어 놓고 손가락으로 ‘심범섭 파이팅!’이라고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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