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땅의 일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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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7 <>
우리는 이 땅의 일부일 뿐
가을이 깊어간다. 바람은 더 세차게 몰아치고 나뭇잎들은 힘없이 떨어지겠지. 나무 위에 올라간 신정은 씨는 힘세지는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받겠지.
신정은 씨(인천녹색연합 녹색교육부)가 계양산 목상동 소나무 숲 12미터 소나무 위로 올라갔다.
목상동은 계양산롯데골프장 예정 부지로 되어 있는 곳. 신정은 씨는 “계양산이 죽으면 인천이 죽는다”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24시간 소나무 위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의 말로는 거주지를 옮긴 것뿐이라고 한다. “나무 위에 오두막을 마련하고 계양산의 나무와 풀들과 동물들과 동고동락하며 시민들이 지켜줄 거라는 믿음을 주며 지낼게요.”
왜 하필 나무 위인가.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홈페이지에 계양산을 살리기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 배너가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분 한분의 서명이 새로 올라오는 모습에 어찌 감동을 받지 않겠어요. 이 모습이 인천에 거주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말이었습니다. 정말 큰 힘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는 없겠지요. 더 많은 시민들이 알게 하고 여론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계양산과 함께 하면서 계양산을 지켜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정은 씨를 격려하기 위해 나무 시위 현장을 찾은 김대환 씨는 목상동에서 쇠박새, 양진이 사진을 담아왔다. 양진이라는 귀한 새가 인천에 있는 것도 모르고 작년에 충청도 제천까지 다녀왔었다는 말에서 계양산이 인천 생태계의 보고임을 확인할 수 있다.
1850년 경 미국 정부가 인디언연맹국으로부터 땅을 사려고 했을 때 시애틀 추장은 말한다. 당신들은 돈으로 하늘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은 비를, 바람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땅의 한 자락 한 자락 그 모든 곳이 성스럽다. 전나무 잎사귀 하나 물가의 모래알 하나 검푸른 숲 속에 가득 피어오르는 안개의 물방울 하나 초원의 풀 하나 웅웅거리는 곤충 한 마리마다 우리 종족의 가슴에 성스럽게 살아있다고.
노루귀와 도롱뇽과 가재와 반딧불이와 양진이와 푸른 소나무 참나무가 살고 있는 계양산. 이 생명들이 포크레인의 무자비한 손길에 사라져서는 안 된다. 자연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자연 안에서 자연이 나누어 주는 것을 누릴 뿐이다.
나무 위의 신정은 씨가 건강하게, 기쁜 마음으로 내려오기를…. 그리하여 우리들이 새 소리 들으며 계양산 솔숲을 산책할 수 있기를….
(김미혜 편집위원)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