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봄 길목에서-
2006-04-07 <>
독/자/시
봄 길목에서
최 효 숙
봄 향에 이끌리어
인고의 삶을 잠시 접고
고즈넉한 산사를 찾아 오른다
흙 고운 황톳길, 호젓한 오솔길로 접어 들자
태고적 고고함이 여린 가슴을 누른다
삼랑성 성문 지나는 길섶,
아직은 봄의 색채가 더디었다
가쁜 숨 고르며 산허리를 휘돌아 오르는 길목의 옹달샘
어여삐 띄워 놓은 표주박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쉬어 가는 잠시 정갈한 청수 한 모금으로 마음을 가라 앉힌다
산사의 정적을 살풋이 깨는 청아한 풍경 소리에 마음을 열고
이내 가벼운 발걸음은 대웅전으로 향하여 단정히 예를 올린다
마음을 낮추고, 몸을 낮추고, 애잔한 경전소리 담으며
예를 올리고 또 올려 본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사찰을 한바퀴 돌아보며 발길은 서가로 향한다
'무소유' 스님의 '홀로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펼쳐 들고
소리 따라 마음도 한거풀 한거풀 정화하고 내려오는 길,
산사 뒷전에서 고요속 적막을 깨는 중후한 대문 소리에
흠칫 놀라며 평온한 산사 기행을 뒤로한다
가뿐한 마음 안고 내려오는 길
600 여년 이끼 두른 고목 옆 .죽림다원'
속세 시름 잠시 내려 다원으로 발을 들인다
은은한 찻 내음이, 절로 정화되는 산중 음악이,
몸도 마음도 고향 집 아랫목에 앉은듯 평화로워진다
주인 보살님 따스함에, 산사의 향으로 우려내온
멋스런 다기에 진한 대추차 한잔,
덤으로 내어 놓은 한과에 떠나가신 어머님이 그리워진다
벗들도 말없이 찻잔 소리만 딸그락 거린다
따뜻한 온돌 마루에 앉아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오고 가는 손님 모두 떠난 적막한 다원의
조명 불이 밝아질 즈음에야
아쉬움을 뒤로 한채 총총히 발길 돌렸다
산사의 봄은 그렇게 소리없이 오고 있었다
마음으로부터......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