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으로 아버지에 ‘새 생명’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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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
간 이식으로 아버지에 ‘새 생명’제공
박 현 구(삼산고3)
간경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던 아버지를 위해 대학진학을 앞둔 고3 수험생이 자신의 간 4/5를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 지면서 주변에 효심의 본을 보여 주었다는 칭송이 자자해 화제다.
父를 향한 기적 같은 사랑의 보은을 한 주인공은 부평구 삼산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박현구(19)군.
박군의 간 기증에 대한 사연은 남다르다. 평소 건강을 자신했던 아버지 박영덕(45)씨가 갑자기 쓰러진 것은 지난6월말.
간에 약간의 이상이 있어 약을 먹고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화근이었고 아산중앙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을 때는 이미 간경화 말기로 간이식 외에는 생명을 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간이식은 혈액형, 지방간, 간의 크기 등을 고려하여 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에만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시간도 15시간 이상 걸리는 매우 어려운 수술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간이식에 필요한 간 기증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한가닥 희망인 뇌사자의 간을 기증 받기에는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 포기해야만 했다. 모든 가족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박군이 간 제공을 선뜻 결정했다.
건장한 체격의 박군의 간 기증 결정으로 모든 가족들은 깊은 시름을 덜고 박군의 조직검사 결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박군의 경우 고3이 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체중으로 인하여 간이식에 부적합한 40%의 지방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환자의 위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환자의 동생 등 가족 4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조직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부적합 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가족과 친지 중에서는 환자와 맞는 간 제공자가 더 이상은 없다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변했다. 더구나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더 이상 제공자를 물색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박군은 아버지를 살릴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판단속에 고3 수험생임에도 불구, 방과후 보충수업을 포기한 채 헬스클럽에서 하루 4-5시간씩 땀을 흘렸고 집에 와서도 밤늦도록 줄넘기 등으로 강행군을 하며 운동한 결과 8kg을 감량하여 0%의 깨끗한 간 상태를 만들었고 아버지의 꺼져가는 생명에 불씨를 제공해 주는 기적을 일구어 냈다.
간이식을 위해 죽을 각오로 운동을 하여 40%의 지방간을 단 20여일만에 0%로 만들어 간 이식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 사람들은 박군의 애틋한 노력에 또 한번 눈시울을 적셨고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의사들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기적의 간’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박군은 “저를 태어나게 해주신 아버지에게 필요한 간이 저한테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며 “어느 자식이라도 이런 일을 겪는 다면 똑 같은 행동을 했을 것” 이라면서 부모 자식간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박군의 아버지는 “퇴원을 한 후 정상 회복을 기다리지만, 아들의 간을 이식 받았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건강하고 젊어진 느낌이며 새 삶을 얻은 만큼 회사와 이웃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말하면서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간이식이 이루어져 아들에게는 면목이 없다” 면서 못내 아쉬워 했다.
부평구에서는 박군의 선행사례를 높이 평가하여 이번 부평구민의 날에 모범 선행학생으로 표창하기로 했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