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夏 夏 夏! 덥냐구요?-
2006-07-28 <>
편집위원 칼럼
夏 夏 夏! 덥냐구요?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3일. 자고 나면 팔 다리가 욱신거린다. 그래도 보이지 않게 땀 흘린 만큼 빠져나갔을 체내 지방들을 생각하면 뿌듯하다. ‘오늘도 열심히 걷고 뛰자’며 헬스장 갈 시간을 기다린다.
얼마 전 화장실에서 만난 직장 후배가 “편집장님, 아래가 보이십니까?”라며 뜬금없이 물어왔다. “음~, 요즘은 고개를 좀 더 빼야 가능해.” 불룩한 아랫배를 또 만져본다.
씁쓸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불혹이 가까워지면서 물먹은 스펀지처럼 비 먹은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가면 찌뿌둥해지는 몸을 느끼곤 한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줄넘기부터 자전거까지 사 놓았지만 이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신세였다. 후배는 3년 이상 꾸준히 헬스장을 다니며 자신의 몸을 가꿔오고 있는 중이며, 몸짱 연예인에 버금가는 몸을 은근히 과시하곤 한다. 터질 듯한 알통에 딱 달라붙는 반팔 셔츠와 ‘王’자가 선명한 배에 느슨한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이 부러운 게 사실이다. 나야 나이를 핑계로 대충 걸쳐 입고 다닌 지 오래지만 샤워할 때 마주 서있는 거울 속의 난 영락없는 ‘몸꽝클럽’ 회원이었다. ‘이래선 안돼, 더 이상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거야!’ ‘그래, 몸은 영혼을 담고 있는 소중한 그릇인데 열심히 갈고 닦고 관리하자’는 생각에 곧바로 올여름 일생일대의 사명이라도 된 양 곧바로 후배를 따라 직장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다. 러닝머신에 올라 심호흡을 크게 하고 아랫배에 포진하고 있는 살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긴 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끈적하게 배어나는 여름은 이미 나에게 불리한 여건을 만들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부터 시작할 걸 그랬나!’ 초반전은 살들이 우세했다. 온몸은 천근만근, 가슴은 터질 듯 찢어질 듯, 다리는 후들후들. 살들이 무차별로 쏘아댄 땀들이 온몸을 휘감았다. 전세를 역전시키게 한 것은 바로 옆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40대 중반 아줌마의 파워워킹과 미소였다. 내 허리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그러니까 허리선을 임의로 책정하고 입었을 트레이닝복과 신축성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낄 정도로 거구였다. 그러나 힘차게 그리고 미소를 머금고 땀을 흘리며 걷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전세를 역전시켰다. ‘덤벼라, 살들아~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이를 악물고 걷고 뛰었다. 고비를 넘기고 나니 승리는 나의 것이었다. 희열과 환희가 온몸을 장악하고 만세를 외치는 중이었다. 샤워를 하고 어두워진 거리에 나서는 순간 여름은 정말, 시원하고 시원했다. “편집장님! 무섭게 걷던데요, 한 달 정도 그렇게 하시면 아래가 훤하게 잘 보이실 겁니다. 하하하!” 후배는 내 뱃살을 보며 농을 던졌다.
가만히 있어도 땀나는 한여름에 오히려 헬스장을 찾은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위하면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한 달 뒤엔 허리띠의 구멍을 한 단계 조일 수 있겠지'하며.
몸짱 열풍의 경계 밖에 있는 중년들이여! 자기 몸을 소중히 생각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존중과 기본적인 의무가 아닐까! 어차피 피하지 못할 한여름 무더위라면 차라리 걷고 뛰면서 살은 빼고 건강은 더해가는, 이열치열의 시원한 여름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싶다.
<김용운 편집위원>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