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기적의도서관이 권하는 한 권의 책
-나는 기다립니다.../ 다비드 칼리 글. 세루즈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문학동네-
2010-01-26 <>
달력을 한 장 한 장 떼어내다 보니 어느새 더 이상 떼어낼 장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한 살을 더 먹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올 한해는 무엇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나는 기다립니다....’ 보통은 나는 기다립니다. 하고 마침표를 찍어 문장을 완성합니다만 이 책은 겉표지 제목에서 말줄임표를 이용하여 무엇을 기다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합니다. 그 궁금증과 함께 책장을 넘기면 아이 하나가 붉은 줄을 잡아당기며 어서 키가 크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케이크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는가 하면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윽고 세월의 흐름과 맞물려 사랑과 연인을 기다리기도 하고 전쟁이 끝나고 결혼하기를 기다립니다.
작가는 쓱쓱쓱 마치 낙서하듯 가볍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지만 주인공이 인연들과 만날 적마다 연결되는 빨간 끈은 전화선이 되기도 하고 엄마와 아기를 연결하는 탯줄이 되기도 하며 갈등을 표현하는 엉킴이 되기도 하면서 끊어질 듯 다시 세월을 잇고 인연을 이어갑니다.
“나는 기다립니다. 아이들의 안부 전화를” 이 문장을 읽으며 바라본 그림에는 나이든 여인이 빨간 끈 끝에 매달린 전화기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부여잡고 있고 전화 내용이 몹시 궁금하여 책에서 눈을 뗀 체 전화에 귀 기울이는 남자 분의 모습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은 말합니다. “이제, 왜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한테 자주 전화하고 또 오라고 그러시는지 알겠어.”
책 한 권이 이렇듯 세대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은 서로 연결 된 붉은 끈이 끊어지면서 슬픔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세월은 또 흘러가고 다시 나는 기다립니다.
새 인연을, 손자가 될 새 식구를.
마지막 장에는 빨간 끈 뭉치가 있습니다.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합니다. 새해를 맞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그림을 곱씹어가며 삶의 끈을 따라가 보십시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