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기적의도서관이 권하는 한 권의 책
-오징어와 검복 / 오치근 그림. 백석 글. / 소년한길 “남들에게 다 있는 뼈, 내게는 왜 없을까?”-
2009-07-23 <>
햇볕이 따갑습니다. 올해는 더위가 빨리 우리 곁을 찾아왔지요. 방학이 되면 산으로 갈까요 바다로 갈까요. 계곡을 찾아 산으로 가기도 하고, 넓은 바다로 가기도 하지요. 저는 바다를 생각하면서 바다에 사는 생물들을 그려봅니다. 여러 가지 생물 중에서 여름에 물총놀이를 연상하게 하는 먹물을 뿜는 오징어와 낙지도 생각해봅니다. 바다 속에서 오징어가 먹물을 뿜으면 어떨까요? 여기 오징어가 먹물로 다른 물고기를 당황스럽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오징어와 검복>이라는 그림책입니다. 시원한 바다 속을 생각하면서 이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산골총각>,<개구리네 한 솥밥>등의 시동화로 유명하신 백석할아버지가 글을 쓰고, 오치근화백이 수묵화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운율이 시적이라 ‘시동화’라고 합니다.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글들이 운율을 타면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오징어가 오랫동안 뼈가 없어서 늘 힘이 없고, 그래서 굶주리면서 살았지요. 그러던 오징어가 곰곰이 생각을 했지요. ‘남들에게 다 있는 뼈, 내게는 왜 없을까?’ 그래서 다른 물고기들에게 물어봅니다. 맨 먼저 ‘농어’에게 물고보고, ‘도미’에게 물어보았지만, 농어와 도미의 대답은 왠지 오징어에겐 믿기지 않았지요. 그래서 ‘장대’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원래는 오징어도 뼈가 있었는데, 욕심쟁이 ‘검복’이가 감쪽같이 빼앗아 갔다고 알려줍니다. 그 말을 믿고 싶은 오징어는 검복을 찾아가 다짜고짜 뺏어간 내 뼈 돌려달라고 하지요. 그래서 오징어와 검복은 서로 싸우게 됩니다. 그때 오징어는 먹물을 힘껏 쏘지요. 먹물의 잔잔한 퍼짐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어둡지는 않습니다. 편안합니다. 반면 검복과 오징어가 싸우는 장면은 끔찍할 정도의 혈투가 펼쳐집니다. 오싹합니다. 오징어가 쏘는 먹물이 온 바다를 다 감싸는 듯하고 그 먹물이 서물서물 바다로 퍼져나갑니다. 오징어의 힘이 보입니다. 이때 오징어는 한 개의 뼈를 뽑아 자신의 몸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오징어는 한 개의 뼈가 생겼고, 검복은 그 때 맞은 오징어 먹물에 곱던 살결 얼룩덜룩해졌고, 오징어는 아직도 다 빼앗지 못한 뼈 찾으려고 언제나 몸에 먹물을 품고 다니지요.
시적인 언어 표현과 함께 이 그림책은 그림이 우리를 함께 바다 속으로 데려갑니다. 먹물과 화선지의 만남에서 마치 바닷물이 우리들의 온 몸으로 적셔오는 느낌입니다. 눈에서 마음으로, 온 몸이 바다와 하나가 됩니다. 오징어가 되돌려 받고 싶은 뼈를 검복으로부터 빼앗기 위해서 내 뿜은 먹물은 하얀 화선지 위에서 마술을 부립니다. 하얀 여백과 먹물과 화선지의 만남이 편안함과 자연속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줍니다. 가만히 그림책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저는 이 그림책에서 오징어와 검복이 서로 사이좋게 뼈를 나누었으면 오징어는 먹물을 머금고 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고, 검복도 처음의 고운 살결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서로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오싹할 정도로 심하게 싸우는 모습과 싸움 후에도 서로 안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서로 모자라는 부분과 남는 부분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나눔의 문화를 생각해봅니다. 서로 배려하는 만남 속에서 우리는 행복한 마음이 샘솟을 것입니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