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북으로 간 두 사람-
2006-06-29 <>
편집위원칼럼
북으로 간 두 사람
요즘 인천의 중학교 학급당 정원은 40명, 고등학교는 35명 정도이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60명이 훨씬 넘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이 숫자도 선진국에 비하면 많은 것이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천차만별이라는데 있다. 우리 주위에는 매우 총명해서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하나를 가르치면 그대로 하나를 아는 아이, 두세 번 되풀이 하면 그런대로 이해하는 아이, 한 편 그 반대로 열 번을 들어도 하나를 제대로 모르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들이 다 같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은 어떤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분명 우리말인 선생님 말씀이 중국말인지 독일말인지 도무지 못 알아듣겠다는 아이들이 공부에 관심이 생길 리가 없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을 되풀이해서 듣는 아이는 지겹기 짝이 없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교육이 안 된다. 그 어느 쪽도 도움이 안 되는 인생의 소중한 시기의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처럼 지금 우리교육의 평준화는 절대적 평등의 덫에 걸려있다. 복잡한 이론이 필요 없는 상식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가치의 문제를 떠나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일 뿐이다.
5월31일 뜨겁던 열기의 선거가 끝났다. 많은 후보들이 저마다의 이슈를 들고 나와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할 말을 하는 후보는 보기 어려웠다.
교육평준화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제시하는 후보도 물론 없었다. 왜냐하면 현행 평준화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항상 많기 때문이고, 평준화 교육의 포기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특권적 주장인양 생각하고 또 일부 정치인들이 그렇게 조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 왜곡된 현실을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지도자는 없을까?
어디 교육평준화의 문제뿐인가. 수천억 원 이상이 소요될 부평 미군부대 부지의 활용을 놓고 꿈같은 청사진을 이사람 저사람 내걸고 있지만, 과연 부평의 열악한 재정을 볼 때 그것이 아무 대가없이 이루어지는 일인가. 무조건 중앙정부로부터 몽땅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 또한 현실적인 일인가? 별다른 재원의 마련 대책도 없이 학교 급식을 무료로 지원하자는 것은 과연 그것이 그냥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까?
지도자는 미래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비전을 위해 감내해야 할 일들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먹음직한 과실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그 과실을 가꾸기 위해 땀 흘려야 할 희생을 말해 줄 지도자는 없을까? 조선 후기 실용주의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북학을 견문하고 난 후 조선 양반사회를 통렬히 비판한 탓에 그 목숨을 겨우 보전할 정도였으나, 그 이름이 후세의 귀감이 되었고, 또 한 사람, 장미빛 햇볕정책의 특사 박지원 전 장관은 영어의 몸으로 다시 수감되었다고 한다. 북으로 간 두 사람을 통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김영민 편집위원>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