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경찰서주관 2006 학생백일장 산문부문 최우수상
-외할아버지의 목발-
2006-06-29 <>
부평경찰서주관 2006 학생백일장 산문부문 최우수상
외할아버지의 목발
선 예 은
(인천굴포초교 6학년)
“어? 외할아버지 오셨나 보네. 맞지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보니 낯익은 목발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분 중에서 유일하게 외할아버지만 목발을 사용하시기 때문에 목발만 봐도 외할아버지가 오셨다는 걸 대번에 알아차립니다.
외할아버지는 6.25 때 안동농고 1학년이셨는데 인민군이 바로 코앞까지 쳐들어오자 학도병으로 징집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라 총 쏘는 법만 대충 배워서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 투입되었었는데 총알은 안보이고 폭탄은 어차피 운이라 눈이 뒤집히면 하나도 안 무서운데 칼을 차고 육박전하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서로 같은 민족끼리 벌건 눈을 마주보고 칼로 찌르고 죽기 살기로 총검을 휘두르는데 육박전이 끝나면 바지에 오줌이 줄줄 흐르곤 했었다고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 번은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산비탈로 행군을 하는데 발을 디디면 전부 시체라서 시체에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아차 잘못하면 군화가 썩은 시체 속으로 쑥 빠지기도 했었다고 믿기 어려운 얘기도 털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안강 기계 전투에 투입되어 싸우시다가 왼쪽 다리에 총을 맞았데요. 다행히 지원부대가 와서 후송돼서 수술하고 총알은 빼냈는데 며칠 지나니까 다리에서 구더기가 더글더글했었데요. 그 당시 좋은 약도 없어서 할 수 없이 다리를 자르게 되었고 오늘날 이렇게 목발을 짚고 생활하시게 된 것이었습니다. 농사일은커녕 외출 한번 하기도 쉽지 않은 힘든 인생을 할아버지는 목발로 버티며 여태껏 힘들게 살아 오셨답니다.
엄마는 현관에 세워진 목발을 거실로 들고 와 마른걸레로 닦으시며 눈물을 글썽거리셨습니다.
“많이 낡았구나. 이번에 새 걸로 바꾸셔야 되겠어!”
“엄마, 저 이번 외할아버지 생신선물 정했어요.”
“뭔데?”
“목발이요. 지금 사용하신 것이 너무 낡았다고 하였잖아요. 이번에 새로 바꾸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비쌀 텐데…. 돈은 있니?”
“부족한 돈은 엄마가 조금만 보태주세요. 지난번 세뱃돈 사용하면 될 것 같아요.”
“어이구, 우리 예은이가 기특한 생각을 했구나. 고마워. 외할아버지께서 많이 기뻐하시겠구나.”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할아버지께 고맙다고 말 할 거예요. 할아버지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거니까요.”
엄마는 저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엄마의 품이 솜이불처럼 따뜻했습니다. 어느새 할아버지가 옆에 외발로 서서 빙그레 웃고 계셨습니다. 외할아버지,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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