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테마 가을 운동회
-내 마음속의 “가을 운동회”
김영익(산곡동)-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초등학교 운동회 날.
이날은 매년 추석 다음 날로 한 학교행사의 의미를 넘어 부여읍내 북부지역의 연례행사 중 가장 큰 잔칫날이었으며, 서울로 돈 벌러 간 삼촌, 과자공장이나 봉제공장에 다니는 마을의 형, 누나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운동회연습도 체육선생님의 특별지도아래 2달여 동안을 준비하며, 행사 날이 가까워지면 오후수업을 거르면서 고학년 여학생들의 고전무용이나 남학생들의 텀블링, 기마전 등을 연습하느라 하루해가 짧게만 느껴졌다.
이렇듯 힘든 연습시간을 모두 소화해낼 쯤 이면 즐거운 추석날이 찾아온다.
추석 차례를 마치고 밤이 되면, 가물거리는 석유등잔 밑에서 ‘이 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고대하는데’이날따라 깊은 잠은 들지 않고 자꾸만 오줌이 마렵고 창 밖을 내다보느라 곤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운동회 날.
윗도리는 흰색, 청색반소매차림에 아랫도리는 곤색(츄리닝) 바지를 입고 논둑길과 산마루 길을 한숨에 내달리어 학교에 다다른다.
잠시 후 형형색색으로 내 걸린 만국기 아래 인자하신 교장선생님의 훈화와 교무주임선생님의 주의사항에 이은 ‘국민체조’를 시작으로 저학년의 꼬마신랑무용, 손님 찾기, 장애물경기, 텀블링을 거쳐 1∼6학년 청백계주가 모두 끝나면 학생들의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이 때 사이사이 나무그늘 밑에 자리 잡고 계신 어머니한테 찾아가 달리기에서 상으로 받은 작 기장(공책)을 갖다 드리고, 삶은 계란이나 알밤 몇 개를 집어먹고 오는 그 맛은 어디에도 비할 바 아니었다.
열띤 학생들의 경기에 이어 맨 마지막으로 부락(마을)대항 계주가 모두 끝나면, 운동장귀퉁이에서 끓고 있는 돼지고기찌개에 맛있는 국수를 나눠먹으며 모두가 하나로 되어, 해질녘이 다 되어서야 후 년을 기약하며 끝마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