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테마 추석
-추석 명절과 부부싸움
신승남(산곡동)-
몇 해 전 우리부부는 추석 명절을 마치고 나서 부부싸움을 했다.
시댁에서 차례를 지낸 아내는 먼 길을 차에서 오래 동안 불편하게 앉아 온 탓인지 집에 돌아와서는 털썩 주저앉더니만 시댁 식구에 대해 비웃음이 섞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어떻게 며느리라는 사람이 시댁에 대해 험담을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런 나에 대해 아내는 대들 듯이 따지다가 휭 하니 애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내 감정이 많이 누그러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내는 추석 명절 며칠 전부터 혼자서 거의 추석차례 음식 마련에 골몰해 왔다.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감사함을 느끼는 추석 명절이지만, 한 가정의 며느리인 죄로 아내인 온종일 먹고 치우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그로인한 ‘명절증후군’은 어깨, 허리, 무릎 등이 쑤시는 몸살로 이어져 왔다.
등 돌려 누워있는 아내 주위에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결국 나는 아내 곁에 바짝 다가가 용서를 구하기로 했다. 아내도 앞으로는 시댁식구에 관해 경거망동한 말과 행동은 일체 하지 않겠다며 내게 미안함을 전해왔다.
그때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 명절 때에는 아내만 고생시키지 말고 온 가족이 부엌일에 동참 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야지”라고 말이다.
그로부터 우리 부부는 해마다 추석 명절이 다가와도 둥근 보름달처럼 밝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