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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칼럼

-청첩장-

2006-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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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칼럼

 편집위원칼럼
 청첩장

어버이날이라며 모두들 부모님 효도생각에 분주해 보인다. 살아계신 분들은 당연히 찾아뵙고 평소 못 다한 효심을 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안 계신 분들은 마음 아파하며 그리움에 눈물짓는 이도 많을 것이리라. 보통 때는 자신들의 일에 몰두 하느라 경황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 자기 일에 바쁘다보면 어느새 부모님은 뒷전으로 여기며 습관처럼 소외시키면서 효도란 별개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위대한 사랑은 끝이 없기에 외로워하면서도 자식들 걱정만 하신다. 어쩌다 전화 한 통화에도 고마워하고 용돈을 조금 드리면 너무너무 좋아하시니 부모님 사랑의 깊이는 그 무엇에 비할 바가 못 될 일이다. 부모가 되어야 그 마음을 안다는 말이 있건만 실천에는 가히 쉽지 않음은 왜 그럴까?
박물관 모임의 친한 여자 선생님이 결혼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서른이 조금 지났으니 예전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 요즘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길을 걷는 능력도 있고 해서 추세가 그렇다고 한다. 좋은 분 만나서 인생의 새 꿈을 설계하니 정말 축하할 일이었다. 평소 신부의 모습처럼 단아하고도 고전미가 풍기는 청첩장을 받았다.
모시는 말씀을 쓴 글은 한옥 팔각형 창문틀 모양에 들어있었고 배경 그림은 한쌍의 학이 꽃과 구름 속에 다정하게 조우하는 그림이었다. 가연(佳緣)이란 아름다운 뜻의 글자가 선명하게 어우러져 희망과 사랑의 향기가 은은히 퍼져 나오는 듯했다. 더욱이 창문틀 모양 위로 점 세 개가 찍히고 아래로 수술이 달린 그림이 더해지니 전체 문양은 노리개를 닮아 있었다. 색상도 은은한 연두빛과 밝은 회색이 어우러져 전통미의 품격을 더해 주었다.
이중으로 접혀 입체감을 더한 겉모양을 보며 나름대로 감상에 젖고는 속에 적혀있는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결혼을 하게 되니 오셔서 축복해 달라는 낯익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신랑은 아버지와 어머니 성함이 나란히 적혀있는 옆에 장남을 나타낸 보통의 가정이었다. 그러나 신부는 한 사람의 이름 옆에 “매”라고 적혀있었다. 아! 그랬었구나. 오빠만 계시는 구나…. 전혀 몰랐던 사실에 아는 선생님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오빠와 단 남매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갑자기 속울음이 배어나왔다. 내게도 아련한 아픔이 가슴에 배어있었기에….
나는 어릴 적에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자랐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면서 무슨 조사를 하면 꼭 오빠 이름을 대고 “매(妹)”라고 이야길 했다. 어릴 때는 그것이 무슨 관계인지 모르고 자랐다. 하지만 점차 다른 아이들이 부()라고 하는 걸 보면서 내겐 아버지가 없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어머님이 계셨지만 남자가 호주가 되는 호적법상 그렇게 따라다녔다.
선생님의 가족사항이 애잔함으로 내게 전해져 오는 것은 뜻 깊은 날 부모님을 모시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큰 기쁨을 못 누리는 안타까움이었다. 그것이 큰 효도일진데 하는 마음이 들었고 결혼을 준비하면서 부모님 생각이 더 간절했을 것 같았다. 반면에 곧고 단아하게 잘 성장해서 모든 이들에게 호감을 주는 성품을 갖춘 선생님이 더욱 대견하게 다가왔다. 청첩장으로 선생님을 헤아리는 맘을 더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정말 행복하게 잘 살기를 마음 깊이 빌게 되었다.
어버이날이다. 여든이 넘으신 어머님께 안부 전화라도 드려 기쁨을 드려야겠다. 다정한 음성을 통해 살아 계심을 감사히 여기고 따뜻하게 온몸으로 느껴야겠다.
<장보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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