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설거지하는 남편들
--
주말에 설거지하는 남편들
문 형 식 (부평1동)
5월은 유난히 기념일이 많은 달입니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5월 셋째 월요일), 5.18기념일, 부부의 날(21일) 그리고 주말에 설거지하는 남편들의 모임 기념일(8일)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다 알겠는데 이것은 무얼까 하고 ‘주말에 설거지하는 남편들의 모임’이란 용어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소해 하는 분들을 위해 그 유래를 소개해 보면,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1997년 5월 8일자 경향신문의 ‘여적’의 ‘영국 宰相의 勤儉’칼럼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토니 블레어 총리에겐 노동당 당수시절의 흥미 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내무장관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8살이던 막내딸 캐드린이 받았다.
이 녀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설거지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세요.」
손수 노동을 하는 그가 과연 노동당 당수답다는 평을 들을 만도 하다.
나는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의 설거지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그날 밤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사시는 장모님께 편지를 써서 주말에 설거지하는 사위가 될 것을 약속하고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으며 요즘은 이 지구상의 모든 남편들이 아내 사랑의 표현으로 설거지를 하자고 ‘주설남모’라는 모임을 만들고 홍보하기에 열심인 것입니다.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성들이 싫어하는 집안일로는 설거지와 청소를 꼽는데, 여성에게 힘들고 귀찮은 일은 남성들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인바 그동안 맹자를 팔아 참 편하게 지내온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맹자 ‘양혜왕(梁惠王)편’에 ‘군자원포주(君子遠疱廚)’라는 말이 나오는데, 군자는 부엌을 멀러해야 한다는 가르침 덕분입니다.
이것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군자는 어진 마음을 지녀야 하기에 살생을 하여 음식을 장만하는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남녀가 유별인데 여성의 전용공간인 부엌에 들어가는 것은 군자답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름지기 아내를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남편이라면 맹자의 등 뒤에서 숨어 지내지 말고 스스로 나와서 날마다 그러지는 못할망정 주말에 만이라도 설거지를 하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 주설남모의 5계명을 잠깐 살펴볼 것 같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나는 이 지구상 단 한사람뿐인 아내를 사랑하는 작은 표현으로 주말에 설거지하는 남편이 될 것을 하늘에 약속합니다.
2. 나는 생명의 근원인 물을 사랑하며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습니다.
3. 나는 음식남기지 않고 다 먹기를 실천합니다.
4. 나는 가정의 등불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5. 나는 전 지구인의 부부화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합니다.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되어 부부생활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제정되었다는 5월21일의 ‘부부의 날’과 아내 사랑의 작은 표현으로 자발적으로 행주치마를 두르고 주말에 설거지하는 남편이 되자고 하는 우리 ‘주설남모’의 기념일이 있는 뜻 깊은 5월에 우리 모두 다함께 하늘 높이 외쳐봅시다.
하늘의 별이 되지 못하거든 가정의 등불이 됩시다!
문의처 : 문형식 011-9708-5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