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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테마 - 비

-불청객 박아름(산곡동)-

2008-0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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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면 어린 시절 살던 옛집이 생각난다. 허름하고 작은 집에 살았는데, 그 집은 비가 오면 천장에 비가 새곤 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학교에서 수업할 때부터 걱정을 했었다.
“비가 얼른 그쳐야 할 텐데…”
 
 이렇게 걱정한 보람도 없이 집에 가면 여기저기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세숫대야와 냄비들이 일제히 천장을 향하여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비가 새도 한쪽만 새면 좋으련만, 불청객들은 여기저기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밤에 잠을 잘 때도 반갑지 않은 손님들에게 방 한 켠을 내주고 우리가족은 남은 공간에서 꼭 껴안고 잠들었었다. 비가 오면 생각지도 못하게 가까워지는 우리가족이었다. 그리곤 이내 우리는 잠에 들었다. 잠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르는 아빠와 나를 대신해 엄마는 불청객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밤새 잠을 설치셨다.  
 
 장마철에는 정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셨다.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처럼 매우 힘드셨다며, 아직도 지금 그때를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짓곤 하신다.
튼튼한 집이 비로부터 보호해주고 서로의 일에 지쳐 대화할 시간도 없고 얼굴 보기도 힘든 이럴 땐 가끔 우리 가족의 맘도 모르고 새던 비 때문에 꼭 껴안고 자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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