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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테마 - 비

-내 어릴 적 비온 날 시골집 풍경 최미연(삼산2동) -

2008-0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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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는 보도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셋이나 되는데 비 온다고 빨래를 안 할 수도 없고 하루걸러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세탁기를 돌리면서 햇볕이 무척 아쉽기만 하다.
 간만에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홀로 사시는 친정엄마께 전화를 드렸더니 시골에도 비가 오는데 농사에는 정말 좋은 단비라며 무척이나 흡족해하신다. ‘같은 비라도 도시에 사는 딸과 시골에 사시는 엄마는 다르게 받아들이는구나.’ 새삼 느낀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엔 노릇노릇 바싹하게 구운 고소한 부침개가 먹고 싶어진다. 우리 집 냉장고에 부침개 할 만한 뭐 좋은 재료 없나 생각하는 중에 내 어릴 적 엄마가 솥뚜껑 뒤집어 벽돌에 걸쳐놓고 갖가지 부침개를 맛나게 구워주시던 풍경이 떠올랐다.
입이 깔깔하다는 할머니를 위해 오늘처럼 궂은 날엔 엄마는 겨자 색 비옷을 두르고 텃밭에 나가 부추, 깻잎, 파, 고추, 가지, 호박 등 갖가지 푸성귀를 따다가 꼭 부침개를 해주셨다. 고소한 기름 냄새에 지나가던 동네 분들 한 분 두 분 들어오시고 여기에 막걸리와 김치만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잔칫상이 되어버리곤 했다.
 사람 좋아하는 할머니와 아버지 덕분에 늘 북적거렸던 고향집. 엄마는 사람들 뒤치다꺼리에 몹시 힘들었을 법도 한데, 내색 한 번 않으시고 늘 웃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던 걸 생각하니 참 마음만은 넉넉한 분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북적거렸던 시골집을 지금은 엄마가 홀로 지키고 계신다. 그 넓디넓은 대청마루에 혼자 앉아 어쩌다 한번 지나가는 차들만 세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생각해보니 엄마 본 지 꽤 오래되었다. 이번 주는 아이들 데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추어탕 한 냄비 끓여서 꼭 찾아뵈어야지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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