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기적의도서관이 권하는 한 권의 책
-할아버지, 할머니들 어릴적 설날은…-
『여우난골족』 / 백석시, 홍성찬 풀어쓰고 그림 / 창비

설날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였을 때 명절은 어땠을까?
도서관 뜰에 흰눈이 살금살금 내리고 있습니다. 단풍들면 추석이 생각나고, 눈이 오면 흰 겨울과 함께 설날이 생각나지요. 오랜만에 사촌들도 만나고 맛난 것도 먹고 예쁜 옷도 입었던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나에게는 오빠가 한 명 있는데 그 덕분에 속옷이 늘 회색이었지요. 오빠 옷을 항상 물려받았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속옷을 안보이려고 애먹었던 기억이 있답니다. 하지만 설날이 다가오면 빨간색 내복과 함께 예쁜 원피스가 나의 친구가 되어 주곤 했답니다. 운이 좋으면 신발까지도 친구 되자고 손짓하기도 했고요. 마냥 즐거웠답니다. 이제 어른이 되어버렸지요. 요즘 아이들은 설날이 어떻게 다가올까요? 내가 어렸을 적 그때만큼 설렐까요?
여기 우리 아이들의 할아버지께서 명절에 대한 시를 적고, 또 다른 할아버지께서 그림을 그린 명절 이야기 그림책이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선조들의 명절생활을 살짝 들여다보면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되새겨봄은 흥미로운 일이겠지요. 글이 옛날 체라 좀 어렵기는 하답니다. 그리고 대가족을 그린 것이라 복잡한 가족등장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기도하지요. 하지만 그림이 신나요. 재미있어요. 우리나라 일러스트레이터의 독보적인 존재이신 홍성찬 화백께서 백석의 시를 다시 풀어쓰면서 글의 재미를 한층 더 맛나게, 신나게 그림을 그렸답니다. 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어렸을 적 명절이 잘 나타나 있지요. 그림이 시끌벅적 화목하고, 재미있고 맛나요. ‘그래 명절은 이래야 되지~’ 하는 느낌이 든답니다.
별자국이 솜솜난 눈까지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복숭아나무가 많은 마을에 사는 신리고모, 고모의 딸 이녀 작은 이녀. 열여섯에 마흔도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뽀로퉁하니 성을 잘 내는 살빛 거무스레하고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토산고모… 참 형제도 많아요. 사촌들도 많고요. 한자리에 다들 모였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안방에 모두 모이니 21명입니다. 새 옷 내음새가 나요. 쥐잡이, 숨바꼭질, 꼬리잡이,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이,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이… 그렇게 밤이 어둡도록 떠들썩하게 놀지요. 방에 옹기종기 모여 공기놀이, 주사위 굴리고 놋그릇 뚜껑 돌리고, 다리 세는 놀이.....놀다가 놀다가 졸음이 오면 아랫목 싸움, 자리싸움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답니다. 눈은 나리고, 무이징게국 끊이는 내음새가 올라옵니다. 그렇게 새해가 밝아오지요.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이 그림책과 소통할 수 있을까?
현실과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한 가지 제안을 해봅니다. 온 가족이 모여앉아 지금의 설날과 그 옛날 할아버지가 어렸을 적 설날이야기를 이 그림책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어떨까하고. 그리고 <여우난골족>속의 공기놀이, 쥐잡이 놀이, 숨바꼭질, 꼬리잡기,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이,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이 등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 혹 어떤 놀이일까 모른다면 이 그림책 뒷부분에 백석 시와 함께 간단한 설명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해요.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이제 설날이 다가옵니다. 아이들과 고향으로 달려가 추억을 떡국과 함께 끊여보면 어떨까요. 갈 수 없는 고향은 마음의 고향으로 가면 될 것입니다.
*여우난골族:여우가 나온 골짜기라는 이름의 마을 부근에 살고 있는 일가친척들
☞지금 부평기적의도서관에서는 『여우난골족』 원화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