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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테마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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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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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를 위한 축하의 첫눈

박희옥(산곡3동)

올해 첫눈은 11월 19일에 내렸다. 당시 나는 베란다 문을 열고 펑펑 쏟아지는 첫눈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렇게 소녀의 심정으로 잔잔한 감흥에 젖어들기 얼마쯤일까. 갑자기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 벨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시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었다.
“형수님, 여기 병원인데요. 집사람이 지금 막 진통중이에요.”
“아니, 도련님 예정일이 아직도 더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웬일이에요?”
“병원에서 산모가 이상이 있다고 해서 분만유도촉진제를 맞았거든요.”
“알았어요. 내가 가 볼게요.”
그간 막내동서는 남산만치 불어 오른 배를 대견스레 어루만지며 아가가 머지않아 태어난다는 사실에 뿌듯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여느 예비아빠들처럼 도련님은 혼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좌불안석 이었다.
“도련님, 아직 애는 낳지 않았어요.”
“네, 아직요. 그런데 집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나는 도련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잠시 동서가 병원침대에서 거의 정신을 잃은 채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정말이지 모든 여자들이 엄마가 된다는 것이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
결국 동서는 장장 3시간만의 산고 끝에 무사히 출산을 했다. 문밖으로 나온 간호사는 우리에게 득남소식과 함께 축하인사를 건네 왔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미더워하지 않은 도련님은 이루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한참 후에 동서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마치 천하를 얻은 듯한 도련님은 동서의 볼에 감사의 입맞춤도 잊지 않았다. 동서도 감정에 복받치는 듯 고개를 베개에 묻은 채 두 볼에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소리 없이 흐느끼는 모습이었다.
나는 살며시 동서의 손을 잡았다. 오랜 산고 끝에 순산을 한 동서의 손은 따뜻했다.
“동서, 고생했어. 아가가 참 예쁘게 생겼더라. 게다가 첫눈 내리는 날에 옥동자를 낳았으니 이건 기념이 될만한 대단한 경사야!”
“고마워요. 형님”
이렇듯 11월 19일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막내동서를 위해 하늘에서 축하의 첫눈을 뿌려 준 날이다. 그 첫눈은 앞으로 아가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키워 달라는 하늘의 메시지이자 서설임에 틀림없다. 나는 지금 2007년 11월 19일 첫눈 오는 날에 있었던 우리 집안의 경사를 다시금 떠올리며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다.
 
 
첫눈

윤문희(십정2동)
 
마을 뒤는 산으로 병풍이 둘러친 곳
하얀 눈이 내리면 그리운 내 마음
 
내 마음 추억이 깊게 스며 있는 곳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 시리게 그리운 마음
 
하늘 문 열리면 작은 마을 보석으로 빛난 그 곳
빛나는 보석 빛으로 스쳐가는 얼굴들
 
밤새 소리 없이 숨 죽여 옷을 바꿔 입는 그 곳
마술 부린 세상으로 떨리는 내 마음
 
첫눈 오면 그리움으로 추억을 마신다
첫눈 오면 그리움에 보석 상자를 열어 본다

모녀의 ‘추억’

김숙자(십정2동)

지난 11월 19일, 딸이 생일 선물을 사러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다 저녁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바람은 차고 날은 어두운데 옆에서 딸은 선물 살 생각에 마냥 행복해한다. “으이그, 오늘이 생일만 아니어도….” 내심 추위 가운데 길거리로 내몰린 나는 오늘따라 늦게 귀가하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금방이라도 무언가 쏟아낼 눈치고 난 그게 이왕이면 눈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진눈개비가 살살 내리더니 이내 함박눈이 되어 우리 모녀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딸은 제 생일에 첫눈이 내린다고 여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첫눈이 늘 흡족히 내리지 않고, 첫사랑이 어설퍼서 여물지 않아도 우린 살아가는 날 동안 늘 가슴 한켠에 소중한 기억으로 묻어두고 산다. 잠깐 내린 첫눈이었지만 오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늘이 우리 모녀의 예쁜 추억 하나로 남을 날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첫눈이 만들어준 인연

조정선(삼산2동)
 
나는 지금의 남편을 첫 눈 오는 날 처음 만났다.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게 아니고, 만나기로 한 날에 공교롭게도 그 해 첫눈이 내린 것이다. 직장 상사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나기로 한 20여 년 전, 그 때는 지금의 휴대폰이라는 것도 없었다. 연락수단이라야 고작 전화나 공중전화뿐일 때였다.
시골 학교 교사로 있던 나는 집과 학교가 멀어 주중에는 학교에서 관사생활을 하고 주말에만 집에 다녀가곤 했다. 주말 오후에 이 남자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로 올라오는데 갑자기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야!’하며 좋아하는 것도 잠시, 갑자기 폭설로 변하기 시작했다.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차바퀴에 체인을 감는 등 수선을 피웠다. 온통 도로는 하얗게 변했고 차들은 그야말로 거북이 걸음이었다. 시계만 쳐다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데 약속시간이 벌써 2시간이나 지나버렸다.
차 안에 갇혀 어떻게 연락을 취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약속장소에서 무작정 기다릴까? 아니면 너무 화가 나서 가버렸을까? 인연이라면 기다릴 것이고 아니라면 가 버렸겠지.’ 생각했다. 겨우겨우 도착해 직장상사의 눈치도 보이고 해서 혹시나 하고 약속장소에 가보니 이 남자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연락도 없이 너무 늦어 불쾌하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무슨 사고라도 나지 않았나 걱정돼서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다고 한다.  
그해 첫눈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음해 겨울 결혼을 했다.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면 설핏 웃음이 나온다.

첫눈

박범수(동암초 3년)

첫눈이 내릴 때 하늘에서 천사들이 눈을 많이많이 뿌려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눈을 굴려서 세상에서 제일 큰 눈사람을 만들 것이다. 눈이 조금 와서 작은 눈사람을 만들면 ‘해’라는 친구가 고개를 내밀어서 금방 눈사람이 녹아 버리니까 슬픈 마음이 든다.
큰 눈사람 친구를 만들어서 학교 갈 때도 엄마심부름 할 때도 친구들과 놀 때도 함께 놀고 싶다. 내가 속상 할 때나 또 기쁠 때에 마주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오래오래 내 옆에 있는 큰 눈사람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천사들이 눈을 많이많이 뿌려 주겠지! 나의 목도리도 목에 따뜻하게 걸어주고 벙어리장갑도 끼워주고 활짝 웃는 입술도 만들어 줄 것이다.
내일아침 잠에서 깼을 때 깜짝 놀랄 수 있도록 첫눈이 온 세상을 덮었으면…. 그러면 세상에서 제일 크고 멋진 눈사람 친구가 생기겠지….
 
 
첫눈
장정훈(청천1동)
 

 
 

다음달 테마    ‘새해 목표’

  부평사람들 2008년 1월 독자란 주제는 ‘새해 목표’입니다. 목표가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한달에 한번씩 등산하기, 1가지 취미생활 갖기, 하루에 한번씩 자신에게 칭찬해주기, 좋은 짝 만나기 등. ‘호랑이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하물며 고양이라도 된다’고 합니다. 2008년 부평사람들을 통해 한 가지씩 목표를 세워보세요. 여러분의 목표를 200자 원고지 3매 이내 분량으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는 문화상품권(2만원)을 보내드립니다. 목표와 관련된 시, 사진, 만화도 함께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곳>
우편번호 403-701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로 266
문화공보과 부평사람들 담당자 앞 (☎ 509-6394)
e-mail : bupeople@icbp.go.kr
마감은 1월 10일까지입니다.
응모하시는 분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정확히 기재하여 주셔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사진, 낱말퀴즈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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