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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테마 ‘가을, 나는 이런 사람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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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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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담아 보낸 친정엄마의 택배
조혜미 (삼산2동)
“택배 왔습니다.”
시골에서 친정엄마가 택배를 보내셨다.
삐뚤빼뚤 낯익은 글씨를 보니 한 눈에 엄마가 보내신 것이란 걸 알겠다. 상자가 제법 크고 무거웠다. 아이들의 힘을 빌려 주방으로 옮겼다. ‘엄마 혼자서 이 무거운 걸 어떻게 이리저리 옮기셨을까’ 싶은 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상자를 열고 보니 ‘잘 말린 고사리, 고춧가루, 삶아서 물기를 꼭 짠 시래기, 묵은 김장 김치, 어디서 들어왔는지 상표가 그대로 붙은 곶감상자, 참깨, 참기름, 고구마’가 끊임없이 줄줄이 나온다.
이 작은 상자에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었는지 놀랄 지경이다. 주방 바닥이 온통 시골 장터 좌판을 옮겨 놓은 듯 그득하다.
“참, 엄마도. 그냥 시장에서 사먹으면 되는데 뭐 하러 이렇게 힘들게 보내셨을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뭉클하다. 굳이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엄마의 정성이 하나하나 가득 담겨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먹기 좋게 다듬어 하나하나 봉지에 꼭꼭 싸서 부피 줄이려고 바람까지 빼서 꾹꾹 눌러 담은 흔적을 보며 새삼 엄마의 조건 없는 무한정한 사랑을 배운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머지않아 가을 추수로 한창 바쁘실 것이다. 엄마가 고생할 걸 생각하면 가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멀리 산다는 핑계로 도와드리지는 못하고 매번 이렇게 받기만 하는 게 송구스럽기만 할 따름이다.
전화를 드렸다.
“엄마, 택배 잘 받았어요. 두고두고 잘 먹을게요.”
“그래, 잘 받았냐? 바쁘다고 썩혀 버리지 말고 꼭 해 먹어라. 전부 농약도 안하고 깨끗한 것이여”
엄마,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가을이면 생각나는 사람
김형미 (산곡2동)
13년 전의 일입니다. 아버지는 추석연휴를 가족들과 한국에서 보내시고 직업 상 다시 중동으로 떠나셨습니다. 그 뒤로 나는 아버지를 부를 수도 볼 수도 없었습니다.
나이 스물넷에 직장 생활한다고 어머니와 동생에게 잘해주지 못하고, 아버지에게는 더욱 효도 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한국을 떠난 지 15일 만에 부고가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배에서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건강검진에서도 병이 잡히지 않았는데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곁에서 지켜드리지도 못하고,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떠나셨다니 너무나 죄스러웠습니다.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중동에서 아버지의 시신이 도착할 수 있도록 부산에서 여관을 잡아 어머니와 같이 계속 연락을 취했습니다. 한 달 만에 아버지의 주검이 도착하고,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너무나 울어서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입대한 동생에게 장례식 때 맞춰서 전보를 보냈습니다. 동생과 나는 눈물만 흘릴 뿐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때 다짐했어요. 엄마랑 동생은 내가 지켜준다고.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나도 결혼을 하고 엄마 곁을 떠나서 인천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부모님에게 소홀한 점이 가슴 한쪽에 쌓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세요. 항상 기도 드리고 있답니다. 그리고 아버지 다시 한 번 불러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우리 아버지 감사드립니다. 이글을 아버지께 보내드리고 싶어요. 아버지의 생신은 음력 9월 25일. 제삿날은 음력 10월 10일. 그래서 나는 가을이면 더 슬프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운 이름
이은노 (부평4동)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옷깃을 스치는 스산한 찬바람이 잊혀져간 사람들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계절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겐 사무치게 보고 싶은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어머니! 바로 당신입니다.
모두가 떠난 빈 둥지를 구부정한 허리로 홀로 지켜주신 긴 세월 동안도, 돌아갈 둥지가 있어 든든했었는데 지금은 가슴 한쪽이 늘 빈 느낌입니다.
어머니!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당신의 자리가 너무나 큰 그리움으로 사무칩니다. 새벽 동틀 때부터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종종걸음으로 채운 날들이 칠남매를 기르는 힘이셨습니다. 푸성귀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십리 길을 걸어 시장을 다니시면서도 좋아하신 단팥빵 하나를 당신 스스로 사드시지 못하고 물에 말아 짠지에 주린 배를 채우시던 모습이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이 가을, 당신이 떠난 빈 둥지가 정말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어머니! 그곳에선 편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자식들 걱정은 내려놓으시고 먼저 가신 아버지랑 행복하세요.

 
아버지 어머니
김정미 (십정1동)
내가 어렸을 적 제일 부르기 싫었던 이름이 아버지다. 나는 일남오녀의 둘째딸로 딸은 공부할 필요 없다는 아버지 밑에서 꿋꿋하게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지금 인천에 살고 있다.
학교에 가지 말라며 가방을 밖에 던지기도 부지기수 때리기도 많이 하셨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옆에 계셔서 사춘기도 무사히 넘기고 서울에 있는 이모님 댁에 가게 되었다.
내가 집을 떠나오던 날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기뻐서 서울 사람들은 눈 뜨고도 코 베어 간다는 남의 말도 들리지 않았고 오로지 집을 벗어난다는 그 기쁨에 어머니의 사랑도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가 지금 75세의 연세에 공사판 철근 일을 하러 다니시고 딸만 낳는다고 구박 받으시던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사람들을 못 알아보신다.
얼마 전 반찬이며 청소를 하러 고향에 내려가서 하룻밤을 묵고 온 적이 있다. 아침에 밥을 하려고 일어났는데 어머니가 내 머리를 만지며 “아이고 이쁜 내 딸 사랑하는 내 딸”하신다. 감정이 복받쳐서 울고 말았다. 밉던 아버지도 그 하얀 머리가 왜 그리도 애처롭게 보이던지 “아버지 집 팔고 얼른 인천으로 오세요.”
나는 열심히 얘기하고 있지만 한 평생 살아오신 고향을 떠나기가 쉽지 않으신 모양이다. 힘든 여름도 무사히 넘겼다. 이런 시원한 가을쯤이야……. 사람의 인생이란 계절과 같다. 어릴 때 청년일 때 이제 노년에 이르러 추운 계절만 잘 넘긴다면 마음의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다음달 테마   ‘내 친구는요’
  ‘괜스레 힘든 날 턱없이 전화해 말없이 울어도 오래 들어주던 너.~~~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나 나에게 위로가 돼 준 너♪♬. 안재욱의 ‘친구’의 노래 가사가 더 가슴 깊이 파고드는 계절입니다. 부평사람들 11월 독자란 주제는 ‘내 친구는요’입니다. 어렸을 적 소꿉친구,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 목소리만 들어도 내 기분이 어떤지 아는 친구, 친구에 대한 추억, 에피소드 등등. 분량은 200자 원고지 3매 이내이고, 친구와 관련된 시, 사진, 만화도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문화상품권(2만원)을 보내드립니다.
<보내주실 곳>
우편번호 403-701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로 266 문화공보과
부평사람들 담당자 (☎509-6394)
e-mail : bupeople@icbp.go.kr
 
마감은 11월 10일까지입니다.
응모하시는 분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정확히 기재하여 주셔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사진, 낱말퀴즈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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