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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구 식사준비 너무 힘들어요

-선미자 (삼산2동)-

2007-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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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무덥기만 했던 여름도 시간이 지나자 벌써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하다. 머지않아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추석이 다가오는데 올해는 또 얼마나 걸려서 막힌 길을 가야하나 걱정이 되면서 지난 추석 일이 떠오른다.
시댁은 논농사도 짓지만 산이 많아 밤나무가 많다. 연로하신 시부모님 두 분이서 그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밤을 주워서 집까지 나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추석 때 자식들이 모이면 명절 음식하는 며느리만 빼고 아들들, 조카들까지 모두 출동해서 밤을 주워 배낭 한 가득 매고 내려오곤 했다. 이럴 때라도 부모님의 일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려는 마음에서다.
하루는 막내며느리인 나만 대표로 집을 지키기로 하고 형님들까지 모두 밤을 줍겠다며 산으로 가셨다. 집에만 있을 뿐이지 점심상 물린 것 혼자서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바로 저녁 먹을 준비하려면 더 바쁘기도 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일하고 돌아오시면 시장하실 텐데 바로 드실 수 있게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 물을 부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겨우 4인분 밥만 해 먹다가 총 21명인 시댁 식구들이 먹으려면 식당에서나 쓰는 그 큰 밥솥으로 가득 해야 하는데 물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생각해낸 게 바로 옆집이 큰댁이라 큰어머니께 좀 여쭈어 봐야지 하고 큰댁에 간 게 화근이었다. 밥물 여쭙는 것은 깜빡 잊어버리고 큰집 형님들, 동서들과 수다를 떠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날이 어둑해진 것을 알고 바삐 돌아와 상을 차리는데 ‘밥통의 밥 좀 주걱으로 뒤적여 놓아야지’하며 밥솥까지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를 어쩌나, 식구들이 곧 들이닥칠 텐데. 아직 생쌀이니…
시간이 이대로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바삐 가스불로 쌀을 나누어 밥을 짓는데 식구들이 들어오신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식구들은 새참 먹어서 배고프지 않다고들 하는데 나는 어찌나 눈치가 보이고 미안하고 죄스러운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그날 저녁 세 번씩 상을 차리며 밤늦게까지 저녁을 먹어야했다. 올해는 무슨 수가 있더라도 집에 남지 않고 내가 먼저 산에 가겠다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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