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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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함께한 여름휴가
박희옥 (산곡동)
풀섶에 내린 간밤의 이슬이 작렬하는 태양에 자취를 감추듯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 후덥지근해서 땀으로 범벅이 되기가 일쑤다.
이맘때면 으레 이 도시를 벗어나 산이나 바다로 피서 떠날 준비로 분주하다. '어디를 갈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하는 걱정은 아예 없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떠나고 보자”는 생각으로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 바가지요금이 판을 쳐서 휴가가 아닌 전쟁을 치룬 것처럼 녹초가 되어 돌아오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이번 여름휴가를 여느 사람들과는 달리 좀더 뜻 깊고 보람 찬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내기로 했다. 그러니까 작년에 우리 가족 세 명은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동막해수욕장으로 일일 봉사활동을 갔다 왔었다.
무더운 태양이 내리쬐는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복지타운 요양원에서 나온 20여명의 장애우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장애우들의 몸과 마음의 지팡이가 되어 주었다.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기도 하고, 갯벌로 나가 함께 어울려 놀아 주었다. 어른들이기는 하지만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재미있어 하는 장애우들을 볼 때마다 우리 일행은 '여기 참 잘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실 우리 가족은 봉사활동을 하기 전 까지만 해도, 피서지에 가면 으레 낮에는 수영복을 입은 채 파라솔 아래 널찍한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큼지막한 수박을 쩍쩍 쪼개 먹고, 밤에는 향긋한 모기향 속에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며 바닷가의 흩뿌려진 은비늘의 출렁거림을 연상해 왔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정말이지 제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있던 우리 가족들이 장애우들에게 힘이 되어줄 만큼 소중한 경험과 커다란 보람을 안겨주었던 여름 휴가였기에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족처럼 일일 봉사체험으로 특별한 휴가를 보낸다면, 삶이 그저 아름답고 생경스럽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여하튼 지금 소박하고 거룩한 여름휴가 계획의 실행을 위해 설렘을 가슴에 안고 사는 우리가족들은 그 어떤 용광로 같은 더위에도 끄떡하지 않은 채 무척 행복함으로 충만해 있다.
웰빙 여행지, 정선 아우라지
조혜미 (삼산2동)
요즘은 노는 것이 '노동'이 돼 버린 지 오래다. 꽉 막힌 도로, 바글바글한 사람들, 조금 유명하다 싶은 곳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모처럼 쉬러갔다가 오히려 더 큰 짐을 안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작년 여름 우리가족은 해수욕장으로 가자는 아이들의 성화를 물리치고 조금 한가하고 여유롭게 진짜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보자고 맘을 먹고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를 목적지로 정했다. 볼 것도 많겠지만 우선 다양한 토속음식이 많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아우라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니 아우라지 처녀상이 보이고 아우라지 노래비도 나온다. 이곳 1등 관광안내원이신 뱃사공 아저씨로부터 아우라지 처녀 동상에 관한 전설도 듣고 아주 아담하고 소박한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밤하늘의 별도 세고, 옥수수도 구워 먹으며 우리가족은 도란도란 밤새워 얘기를 나누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는 아이들을 보면 특별한 추억이 되었구나 싶다.
다음날은 정선시장 먹자골목을 누비며 옹심이, 올창묵, 콧등치기 국수, 메밀묵죽 등을 먹으며 음식기행을 했다. 자연 웰빙음식을 먹으니 몸과 마음이 가볍고 무엇보다 속이 편안했다. 이름까지 예쁘고 고향 냄새나는 음식으로 입과 눈이 하루 종일 즐거웠다. 콧등치기 국수는 쫄깃한 면발을 먹을 때 '후루룩' 입으로 빨려 들면서 국숫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 누가 지었는지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다.
모처럼 복잡한 세상과 떨어져서 조금 부족한 듯 여겨지기도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고 한없이 여유로웠다. 자연과 하나 된 호사를 만끽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곳,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