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향한 몸으로 말걸기
-“테크닉이 중요한 게 아니죠 내가 무슨 얘기하고 싶은가 진실성에 접근하고 싶어요”-
2006-10-31 <>
만나봤습니다 행위예술가 원 선 영 씨
세상 향한 몸으로 말걸기
“테크닉이 중요한 게 아니죠
내가 무슨 얘기하고 싶은가
진실성에 접근하고 싶어요”
흔히 사람들은 대중적 예술을 한다고 하면 인상착의부터 묻는다. “키가 커, 얼굴 예뻐, 날씬해?” 그래서 기자도 시선을 훑었다. 연분홍 목도리를 휘감은 채 실뚱머룩한 웃음을 짓는가 싶더니 금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공깃돌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소리다.
원선영, 그녀 나이 서른 넷. 분첩을 바르지 않아 여드름자국이 선연하다. “제 몸에서 붉은 맨드라미가 자꾸 피어올라요. 소통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몸이 조여 오죠.”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녀가 잡지사 일을 그만두고 퍼포먼스를 시작한 지 5년째. 자기 치유적인 몸짓과 세상을 향한 말 걸기로 육체 그 자체를 통해 실행하는 행위예술을 하고 있다.
인천토박이면서 청계천 아티스트 1기이다. 장통교 위에서 혼자 ‘길을 잃다’란 주제로 몸에 테이핑작업을 할 때는 우습게 바라보는 눈초리들과 싸웠다.
“쯔쯧…젊은이! 나 젊었을 땐 돈 버느라고 바빴는데 왜 그러고 있어? 그렇게 하고 있고 있으면 돈이 나와 밥이 나와.” 혀를 끌며 핀잔주는 어르신들도 있고 메시지를 찾으려는 청년들, 쭈빗대며 건들고 가는 어린 아이들도 있다. 퍼포먼스는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현장성을 포괄한다.
“혼자하면 좀 뻘줌한데요. 현장감이 주는 예상치 못한 극적 요소 때문에 재미가 있어요. 결국 혼자 가야 하는 작업이어서 독무 시나리오를 많이 짜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가?’ 진실성에 접근하고 싶어요.”
주제가 난해하고 무거울 때도 있지만 신바람 나게 가벼울 때도 있다고 한다.
일전에 ‘지루박 굿’이라는 퍼포먼스는 흔한 4분의 4박자 트로트 음악에 맞춰 계속 지루박을 추며 돌아다니는 거였는데 상가, 튀김집, 철물점, 선술집, 평상에 앉은 할머니들 손 붙잡고 얘기하며 춤추는 게 줄거리다. 그러면서 길게 내려 묶은 허리띠에 소원을 적어 끼운다. 행위자와 참여자가 한바탕 노니는 골목길에서 공연은 대중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원선영씨는 지난달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인천여성민우회 회원들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퍼포먼스를 세 차례 펼쳤다. 위안부역을 하면서 그녀는 시멘바닥에 몸을 내동댕이치며 처절한 슬픔을 토로했다. 여성의 몸, 내재된 억압, 사회에서 파생된 억압, 적과 나, 전쟁이든 일상이든 어떠한 이유로든 여성이 성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녀는 무대 밖 의외의 공간이 예술의 장소가 될 거라고 한다. 시장, 철교, 소래…
세상을 향한 말 걸기가 시작됐다.
<조은숙 기자> eyagi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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