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통예술연구원 '예술인 사랑방'
-북장단·대금소리에 울고웃는 세상-
인천전통예술연구원 '예술인 사랑방'
북장단·대금소리에 울고웃는 세상
문을 열고 들어서자 ‘쑥대머리’, ‘사랑가’ 북장단에 휘감긴 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흘러나왔다. 저 걸걸한 창자의 소리, 흥이 떨어지지 않게 받쳐주는 고수의 추임새, 애달픈 춘향의 사랑에 옥중가는 눈물겨웠다.
조상현 중요무형문화재 5호 이수자 박노웅(60) 선생이 북채를 놓자 긴장을 풀었다. 쉬는 시간인가 보다. “원래 전라도분이세요?” 여쭙자 “아녀, 고향은 충청도인디 소위 말로 어질병이 지랄병 된다고, 첨엔 듣고 좋아서 어질어질하다가 흥이 나더니 이 세계에 빠져버린 거요. 그 예술이라는 게 처음부터 예술인이 되어야지 헌 사람이 몇이나 있겄어? 한 가지에 미치니께 이렇게 된 것이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꼭 ‘아니리’를 하듯 리듬을 탔다.
인천전통예술연구원(대표·이정대)이 개원한 지는 4년째.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건너편인 이곳에 예술테마거리를 조성한다는 얘기가 들려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인사동’과 같은 특색 있는 예술의 거리로 만들고자 의지를 굳히고 수협사거리 수협 건물 지하에 예술인들의 사랑방을 꾸몄다.
이곳에서는 기악(대금, 단소, 피리, 해금, 가야금, 태평소), 성악(정가, 시조, 가곡), 판소리, 민요, 국악가요, 풍물(사물놀이)과 서예 문인화 등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정대(인천시무형문화재 제9호대금장)씨는 맑고 야무진 소리가 나는 쌍골죽 대금을 들어 보였다. 그는 지난 월미도 칠석천제 때 국악가수 김인수씨의 기타연주와 하모니를 이뤄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바 있다. 대금 제작 수리 감정은 물론 대금, 단소, 소금의 모든 정보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여름 장맛비에 벽체가 젖어 곰팡이 꽃이 폈었는데 꼭 먹물을 뿌려 놓은 것 같더라고요. 이곳 전통악기들은 대개 나무와 가죽으로 되어있고 서예 문인화를 하기 위해선 종이 보관도 중요한데 지하라서 습기를 이겨낼 방법이 없었어요. 근데 요 며칠사이 우리 사랑방이 번지르르합니다. 회원중에 건설회사 다니는 분이 리모델링을 해 주셨기 때문이지요. 이곳은 누구나 와서 복을 짓고 복을 퍼갑니다.”
그들의 희망이라면 유흥의 거리,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관교동 예술회관 옆길이 ‘문화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예술인들의 주머니는 그리 넉넉지 않다. 그래도 이 사랑방에서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고 우리전통문화를 지켜가고자 예능을 닦고 보존한다. 이 가을, 사랑방에 머물러 우리 소리를 들어봄이 어떠할지(대금장 이정대 : ☎011-9072-8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