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통장과 할부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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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을 사거나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의 목돈지출을 카드 할부로 해결하는 것이 자연스런 소비문화가 되었다. 카드 한 장이면 고가의 제품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굳이 아까운 목돈을 내 주머니에서 꺼내는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카드를 통한 소비에는 여러 함정이 있다. 할부로 구매하는 것은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공짜로 원하는 것을 가졌다는쾌락을 준다. 우리의 마음속 회계장부는 이미 할부로 구매한 제품을 공짜로 기입한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할부금이 빠져나간다. 그 할부금은 공짜로 기입된 마음속 회계장부에는 손실로 인식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은 손실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할부금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욕구를 바로 충족했기 때문에 다른 욕구를 키워버리는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쾌락적응 현상이라고 한다.
탐나는 아이폰을 가졌다는 기쁨은잠시 할부로 손해 본다는 불편한 마음과 아이패드가 출시될 것이란 뉴스 앞에서 유행이 지나버린 시리즈를 들고있다는 욕구불만으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만약 저축을 통해 아이폰을 산다면 생각보다 소비 만족이 크게 증가한다. 저축 하는 시간 내내 행복해 질수 있다. 여행을 가는 날보다 여행가기 전날이 더 행복한 것과 같은 원리이다.
욕구를 충족하게 되는 순간보다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라 긍정적으로 예상할 때 사람의 행복감은 극대화 된다고 한다. 또한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도 가질 수 있다. 만기금을 가지고 아이폰을 사게 되는 순간은 무이자 할부로 충동적인 지출을 했을 때보다 더 큰 만족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저축은 막연히 종자돈을 만들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만족스런 소비 생활의 근간을 만들고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안정시키면서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재무적 의사결정이다. 월급날 카드 결제금으로 전부 빠져나간 빈털터리 통장을 들고 우울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재무사건이 충족될 것이란 기대심으로 적금통장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일상은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 분명하다.
제 윤 경
(주)에듀머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