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재무 전문가 코너 - 절약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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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검소한 생활과 절약 정신은 삶의 미덕이었다. 외환위기는 그런 사회적 가치관에 변화를 일으켰다.
911 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민들에게 '소비가애국'이라고 호소했던 것처럼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소비가 필요하다는 캠페인 광고가 등장했다.
그 이후부터 우리는 조금씩 소비자에서 소비주의자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절약과 검소의 미덕은 진부한 가치이거나 구질구질하다는 인식까지로 전락했다. 더 나아가 소비를 줄이면 경제의 성장엔진이 멈출 것이란 위기의식까지도 갖게 되었다.
그런 정에서 저축률이 계속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개인 저축률이 글로벌 꼴찌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저축이 없다는 것은 만큼 가정경제에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약이 전제되어 있지않은 소비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이뤄지지 않음으로 잘못된 소비의 함정에 노출될 위험을 초래한다.
베블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일명 과시성소비를 일컫는다. 일반적인 상품시장 경제론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 그러나 사치성 비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더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커피 브랜드 글로벌 체인점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높은 가격으로 장사를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커피 하나도 비싸야 더 잘팔리는 우리나라의 소비성향은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
이런 비합리적인 소비성향은 생활 곳곳에서 그 정체를 드러낸다. 부엌의 수납공간 가득 사용하지 않는 그릇과 전자제품들, 아파트 베란다를 채우고 있는 오래된 짐들이 그 증거이다. 냉장고만 열어도 유통기한 지난 음식재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옷장이나 각종 서랍들에는 몇 년째 꺼내보지 않은 동사니들로 가득하다.
절약에 대해 부정적인 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오히려 잡동사니에 피곤한 일상을 살게 되었다. 절약은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고 우선 순위를 결정해서 소비하는 고도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싸구려를 사거나 인색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정 상태를 통제하면서 소중하고 가치있는 소비를 결정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절약정신인 것이다.
제윤경
(주)에듀머니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