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만큼 큰 사랑은 없다
-30년을 넘게 이어 온 장학사업 -
옥상정원을 소개하고 잠시 쉬고 있는 부평문화재단 초대 이사장 이도경씨
조그맣게 자전거 소매업을 하는 A씨는 한숨을 토해냈다.
불경기에 그나마 근근이 꾸려가던 점포의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겠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한 것이다. 결국 건물주와 말 한 마디도 못해 보고 A씨는 인근의 다른 건물로 점포를 이전해야 했다. 그 건물주는 불과 얼마 전에 부모로부터 건물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 사정을 듣고 우울한 마음에 진작부터 한 번 가보려고 했던 부평시장 한 모퉁이 건물에 낡은 간판이 걸려 있는 ‘부평문화재단’(부평구 문화재단과 별개임)을 찾았다.
재단 설립자이며 초대 이사장이었던 이도경씨는 불쑥 찾아간 기자를 쑥스러워 하면서도 반가이 맞아 주었다. 부평 이씨 집안에서 태어난 이 전 이사장은 부평에서 줄곧 자라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공직의 길을 시작했다. 박봉의 살림에도 늘 주위의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마침내 개인 사업의 시작을 계기로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장학사업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석장학회’라는 명칭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한 그는 적지 않은 재원을 직접 출연하여 1994년 정식으로 ‘부평문화재단’이라는 재단법인을 설립하였다. 이 때부터 더욱 활발하게 후원회를 모집하고 지역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한 편, 컴퓨터 경진대회 등을 통하여 거세게 불기 시작한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발굴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30여 명의 학생들에게 변함없이 장학금을 지급한 그의 장학사업은 부친의 뜻을 이어 아들 이찬진(‘한글과 컴퓨터’사 창업자)씨가 4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앞으로도 더욱 활성화 될 전망이다.
수 백 억 재산가가 수두룩한 오늘날, 그는 분명 그리 대단한 부자는 아니다. 그러나 자신과 혈육에 대한 집착만 강할 뿐,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희박한 우리 사회의 인색한 기부문화를 생각하면 수 십 년 꾸준하게 베풀어 온 그의 장학사업은 나눔이야말로 가장 큰 사랑임을 실천으로 보여준 본보기라 하겠다.
마침 건물 옥상으로 자리를 옮기니 이 건물을 지을 때부터 가꾸어 왔다는 시골 텃밭 같은 정원에는 달리아, 국화, 봉숭아꽃들이 어우러져 피어있고, 고추, 상추를 심은 옆으로 결명자, 모과가 탐스럽게 열려있다. 이 땅의 청소년들의 꿈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지켜보고 싶었던 그의 삶처럼 그의 정원은 소박하지만 보기에도 좋게 잘 가꾸어져 있었다.
정여훈 기자 music123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