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산, 이름난 명산이 부럽지 않다
-동네 뒷산이 주는 정겨움과 편안함-
이름난 명산이 부럽지 않을 동네 뒷산이 있다.
부평도서관 뒤 호봉산.
도서관건물을 끼고 뒤로 돌면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 회색도시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 여름 한낮의 폭염은 온데간데 없고 따가운 햇살은 나무사이로 숨어버린다. 울창한 나무 그늘이 내놓는 시원한 바람은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니 꽤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산이 크지 않고 완만해서 연세 드신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들까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어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 모습들이 정겹기만 하다. 거기에 이름 모를 산새소리, 들꽃, 풀들이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이야.”
고함소리에 놀라 따라가 보니 산어귀에 마련된 배드민턴장에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높은 산이 아니어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금방 정상이 된다. 시야가 탁 트이면서 부평시내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올라가느라 흘린 땀을 불어오는 바람에 식히고 내려가는 길, 너무 짧은 산행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만나는 것이 잣나무들이다. 직선으로 내려오면 불과 몇 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쭉쭉 뻗은 잣나무들 사이사이를 꼬불꼬불 천천히 걷다보면 솔솔 풍겨오는 향내가 멋진 휴양림 부럽지 않을 정도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녀 길이 꼭꼭 다져져 걷기에도 좋다.
잣나무 숲을 지나 아래로 내려오면 약수터가 목을 축이고 가라 한다. 시원하게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온 몸이 다 서늘해진다. 자전거에 물통을 싣고 와 약수를 받아 가는 사람들도 많다. 운동기구와 정자도 있어 쉬거나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에 만들어진 옹달샘이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 사는 청설모, 꿩, 토끼와 같은 동물들이 물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서 만든 것인데 오가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기도 한다.
가을바람을 벗 삼아 가슴에 청량함을 가득 담아 오기에 충분하다. 우리 뒷산 호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