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아줌마 쟝티가이 씨
-노후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
전통생활용품을 파는 쟝티가이 씨
“없는 거 없어요. 구경하고 가세요.”
왠지 어색함이 남아 있는 억양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부평 문화의 거리 끝자락에서 돗자리, 홍두깨, 짚신, 망태기 등 전통생활용품을 파는 쟝티가이(64) 씨는 베트남 사람이다. 주변 상인들에겐 '월남 아줌마'로 통하는 그녀는 비 오는 날 외에는 하루도 쉬지 않아 성실하기로 소문이 났다.
사업차 베트남에서 살고 있던 김래헌(75) 씨와 만나 결혼을 하고, 함께 한국식당을 경영했다. 8년간의 베트남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남편을 따라온 한국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베트남에 두고 온 딸을 10년이 지나서야 데려왔다.
처음 시작했던 식당은 될 만하면 주인에게 쫓겨나기를 여러 번, 온갖 일을 다 해도 사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20여 년 전에는 외국인이 드물던 때여서 보따리를 메고 행상하는 쟝티가이 씨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를 알게 된 이웃의 주선으로 적십자사의 작은 도움도 받게 되었다.
그녀의 유일한 베트남 친구가 부천에 살고 있지만 얼마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전에는 예뻤는데 틀니 때문에 옛날만큼 못해 속상하다”며 “남편이 젊었을 때는 잘해주었는데 나이가 드니 변한 것 같다. 이렇게 고생하는 데도 큰 소리를 낼 때는 답답하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녀는 돼지고기를 많이 넣은 김치찌개와 두부를 넣은 된장찌개를 좋아해서 자주 만든다.
옆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이용숙(57) 씨는 싼 방을 찾아주고, 모자란 방세를 선뜻 내 놓으며 버팀목이 되어준 친구다. "가장 어려웠을 때 도와준 해미엄마는 평생 나의 은인이구요. 한국 생활 10년 동안은 말이 안 통해 무척 힘들었는데 지금은 비 오는 날이 힘들어요. 남편이 도와주지만 빨리빨리 물건을 차에 올려놓다 보면 손목이 아파요."
노후엔 베트남으로 돌아갈 꿈을 꾸는 쟝티가이 씨는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 속상하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손자들 대학갈 때 골고루 등록금을 해주고 싶고, 남편도 기쁘게 해주고 싶어요.” 그녀는 풀로 엮은 베트남 모자를 써 보이며 수줍은 듯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