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해를 보내면서 가슴이 훈훈한 사람들을 만났다.
인천 부평을 근거지로 라이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yt live’가 그 주인공이다. 이 카페는 이제 막 1년 된 병아리 카페다. 그러나 어느새 350여명의 카페 회원을 확보하고 그들과 함께 사랑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가을이 짙어지는 어느 날 저녁.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애잔하고 매력적인 음성이 발길을 유혹했다. 그 소리에 이끌려간 곳은 부평 문화의 거리 야외무대. 한 가수가 기타를 치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노랫소리는 그저 아마추어의 음성이라 하기엔 너무 수준급이었다. 한참을 노래에 심취해 있다가 갑자기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그들은 그저 라이브를 사랑하고 라이브를 즐기는 인터넷카페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열심히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사회를 보는 사람은 흥을 돋우며 관객과 하나가 되고, 한 사람은 열심히 사진을 찍고, 또 어떤 이는 멋진 노랫가락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그들은 아름다운 동행자다. 그렇게 공연을 해서 모은 성금은 고스란히 홀몸노인을 위해 쓰고 있다.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회사원, 공무원, 경찰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렇듯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를 통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부평구 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자로 등록도 했다. 홀몸노인을 직접 찾아가 어려움을 직접 보살피기도 한다. “저희는 현금보다는 김치를 담아 드리거나 전기담요, 밑반찬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로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고마우신 분들의 협찬을 받기도 하지요. 생활이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다 보니 참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생활비를 아껴보겠다고 한집에 세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 있었습니다. 전기장판을 갖다드리니 전기세가 무서워 사용을 못하니 그냥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걱정 말고 그냥 쓰시라고 두고 나왔습니다. 그 집은 가스비도 몇 개월째 밀려 가스요금도 모두 내주고 왔습니다”라며 고재운(40) 씨가 말했다.
그는 “처음 우리가 방문했을 때 노인들의 눈빛이 그리 달가운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진심으로 돕기 위한 도움이 아닌 보이기 위한 도움에 지쳤던 것이지요. 그저 ‘복받으실거유’라며 냉소적인 한마디만 던질 뿐이었습니다. 그런 점이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라며 진정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들이 모여 그들의 가슴까지 따뜻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또한 카페지기이며 라이브 가수인 정영택(40) 씨는 “부끄럽습니다. 가진 재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며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라며 쑥스러워 한다. 새우깡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조향미(34) 씨는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며 열심히 이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모두들 아름다운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남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그들은 진정 부평의 자랑스러운 인물들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종횡무진 인천을 무대로 노래하고 활동 할 것이다. 12월 무엇보다 따뜻함이 그리운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은 계속된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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