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가 시작되는 시기다. 월동준비하면, 김장과 함께 연탄 들여놓기가 필수였던 때가 있었다. 연탄아궁이는 장작을 때는 재래의 아궁이 못지않게 따뜻한 아랫목을 제공하고, 주부들의 산후 조리에도 일조를 했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이맘때쯤이면 그 맛을 아는 주부들은 연탄에 서린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부평에는 서너 곳의 연탄가게가 있다. 그 중, 부평고등학교 앞에 있는 동아연탄가게는 20년이 넘은 쌀가게다. 예전에는 쌀도 함께 취급했지만 이제는 연탄만 판매하고 있다. 주인 민정숙(50) 씨는 “요즘 가정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집은 거의 없어요. 어쩌다 사무실이나 주택 거실의 난로용으로 11월에서 2월까지 조금씩 필요할 뿐이지요”라며 연탄 판매 실정을 전한다.
70세를 훌쩍 넘긴 6·25 참전유공자인 이씨 부부가 운영하는 제일연탄은 산곡 1동에서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운동 겸, 용돈벌이 삼아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씨는 “가게 하는 것을 자식들이 싫어하고, 팔리지도 않는 연탄인데 취재할 게 뭐 있어요. TV 방송국에서 나와도 안했는데..."라고 말하지만, 연탄수레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노부부의 모습은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부부의 풍경이어서인지 귀하고 정겨워 보였다.
한 장에 400원 정도하는 연탄은 일일이 손으로 옮겨야 하므로 배달하는 지역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예전엔 동네마다 있었던 연탄가게가 이제는 가게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영세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400원짜리 한 장이면 온종일 잘 쓸 수 있는 경제성과 따뜻함이 연탄에는 담겨져 있다.
고유가로 불안한 요즘, 전기나 기름이 없어도 청국장을 띄울 수 있고, 늦게 귀가하는 가족의 밥그릇을 묻어두었다가 밥상 위에 따끈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아랫목을 제공했던 연탄의 넉넉함이 그립다.
정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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