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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색소폰 그리고 ‘여인의 향기’

-이민경씨, 사람들 모인 곳 찾아가 음악봉사 “연주 들으며 좋아하는 모습 보면 즐거움 백배”-

2007-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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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쌉쌀한 가을 냄새 자욱한 공원에 한 여인이 색소폰을 들고 선다. 아무리 봐도 수수하기만 한 여자 이민경(48·삼산동) 씨.
그녀와 색소폰은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들려주는 ‘대니보이’와 ‘마이웨이’는 시냇물공원을 그녀의 색으로 물들인다. 12년 전 교회봉사를 위해 손에 넣었던 색소폰을 그동안 잊고 지내다 최근 다시 시작했다.
“한국에 색소폰을 소개 한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작은 몸에 어떻게 저 큰 악기를 소리 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는데 그녀가 자문자답한다. “차인표예요.” 맞다. 오래 전 드라마에서 그 배우가 색소폰을 불었지. 그것 때문에 색소폰은 남자가 불어야 멋있다고 여기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 고정관념은 색소폰이 다른 악기에 비해 크고 폐활량 소모가 무척 크기 때문이죠.”   
이민경 씨가 다시 악기를 잡은 건 1년 전이다. 다시 불기 시작한 색소폰은 그녀에게 남다르다.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었던 것이 인생을 다시 살게 하는 기회이자 나눔의 기회였다고 소회를 풀어낸다. 알토 색소폰 특유의 울리는 듯한 애절한 소리가 공원을 한 바퀴 돌아 귓전에 울린다. 40대 여자의 속 깊은 마음이 실린 연주는 관객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나서게 하고야 만다. “소리가 익숙하다”고 하자 색소폰 소리는 사람이 내는 목소리와 가장 흡사하다고 귀띔을 한다. 악기를 연주할 때 희열을 느끼지만 음악을 듣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더 즐거워지는 걸 보면 자신은 영락없는 무대 체질이라며 웃음 짓는다.
일주일에 반은 색소폰을 들고 봉사의 길에 나서는 이민경 씨.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들꽃처럼 모여 사는 곳을 찾는가하면 수십 명이 있는 공원 한곳에서도 연주를 거뜬히 해내고 있다.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색소폰 향기를 불어넣고 싶은 것이 바람이란다. 어느새 하나 둘 늘어나는 관객의 호응에 무대체질을 발휘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을과 색소폰과 여인의 조화를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이혜선 기자 2hye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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