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퍼포먼스는 계속된다
-부평여중 미술교사 홍 오 봉 퍼포머 “한국예술사에 남을 몸짓 펼치고 싶어”-
2007-08-27 <>
부평여중 학생들 두셋이 모이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네모난 얼굴에 조용필 안경을 쓰셨고요, 저희가 퍼포먼스를 하면 준비물이나 숙제 안한 것도 다 눈감아주는 멋쟁이에요.”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선생님은 홍오봉(51·미술교사·사진) 퍼포머를 두고 하는 말이다.
퍼포먼스란 사전에 나오듯이 전통적인 장르개념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표현 욕구를 신체를 이용해 표현하는 예술행위를 말한다.
“어릴 적엔 발표도 잘 못하던 내성적 소년이었지만 공연을 보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무대 뒤 풍경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이런 궁금증이 오늘날 홍오봉 퍼포머를 완성시켰다. 내성적 성격으로도 가능했던 건 자신을 감추고 무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숨겨진 예술가의 기질은 포대자루 하나를 뒤집어쓰고 무대에서 어설픔을 감춘 채 신들린 공연을 할 수가 있었다. 삶의 계산법이 달라 때론 외골수나 괴짜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이 시대의 멋을 나름대로 만들어가는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저는요, 벗을 만한 이유가 있을 때 몽땅 벗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해프닝을 하다 필요하면 작품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요.” 그의 이름 앞에 퍼포머가 붙기 시작한 건 1981년. 어느덧 퍼포먼스 27년차다. 24살 여름 인천의 어느 백사장 무대를 시작으로 국내와 국외 등 수많은 곳에서 자연에 대한 강한 사랑을 몸으로 표현했다. “시대에 이슈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 소통하고 나눠 가지고 싶습니다. 관객과 작가가 한 마음으로 느끼는 공감대가 전달될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는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러다보니 생활과 밀접해 낯설지 않다.
이번 여름 큰 공연을 기획했다. 8월초 '퍼포먼스 플랫폼'이란 주제로 부평역 지하 만남의 광장에서 공연을 가졌다. 그는 대형 프로그램에서 총체적인 책임을 맡았다. 동료와 후배들이 대거 참석했다. 외국 친구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상큼한 영혼을 선물한 자리였다'고 한다. 그동안 퍼포먼스를 하며 이렇게 뿌듯하기는 처음이라며 흥분했다. 무려 30여명의 외국 퍼포머들이 홍오봉 이름 하나만을 듣고 한국을 찾아 3일 동안 관객과 아름다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때 감흥에 젖은 채 “국내에서 세계무대로, 한국예술사에 남고 싶다"는 말을 남기는 홍오봉 퍼포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