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하는 자원봉사
-봉사 라는 이름으로 더 커지는 가족사랑-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던가. 가족이 함께 봉사를 하면서 가족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자녀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자주 화를 내셨던 아빠가 언제부터인가 늘 웃는 모습으로 변했다. 아내 성화에 못 이겨 봉사현장에서 엉거주춤 뒤에서 바라만 보던 남편이 휴일이면 솔선수범 먼저 나선다. 자녀는 그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던 섬김과 봉사를 배울 수 있었고 이제 부모를 돕는 최고의 동반자가 됐다.
다른 사람을 돕는 건 우리에게 필요한 걸 다 채운 다음 남는 걸로 돕는 게 아니다. 내게 필요한 것조차 다른 사람과 나누어 쓸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만큼 세상도 따뜻해진다.
자녀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며 소외된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산교육의 현장이 되는 따뜻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공동취재 : 배천분·이혜선 기자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에 장애를 가진 가정으로 찾아가는
인천부평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봉사단.
“부모-아이 이해 폭 넓어졌죠”
부개3동 윤 영씨 가족
부개3동 윤 영(45)씨 가족이 처음 봉사를 하게 된 것은 둘째딸 보람(부흥중3)이가 다니는 학교의 가족봉사단 가입이 동기가 되었다. 이때 전교에서 유일하게 보람이네만 신청을 했다.
그런 계기로 보람이네 가족은 매주 둘째 주 또는 넷째 주 쉬는 토요일이면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유미(11)와 만난다. 이는 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 프로그램의 하나다. 유미의 첫인상은 굉장히 명랑한 아이라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어색할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하는 유미를 보고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다.
큰딸 유리(진산고2)는 “유미랑 같이 손잡고 식물원도 가고 도시락도 먹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지내다 보니 나 또한 순수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봉사를 끝내고 나면 피곤함을 느끼는데 그 친구들의 어머니들은 평소에 얼마나 힘들까? 내가 봉사를 하는 동안 가족들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하니 더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런 것이 봉사의 기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리는 유미와의 이야기를 ‘여성동아’ 수기공모에 보냈는데 뜻밖에 상을 받았다. 그 덕분에 지난 어린이날에는 KBS 공개방송에 출연해 유미는 노래를 부르고 유리는 수기를 낭독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윤 영씨 가족은 가족관계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가족봉사를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다”며 “그 동안 살면서도 마음의 풍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유미를 만나고부터 여유가 생기고 삶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경남2차 ‘차이나타운’ 이래요”
산곡동 김삼중씨 가족
좋아하는 TV 프로, 음식, 취미가 각기 다르다는 부부. 하지만 봉사에 대해서만큼은 부창부수다. 김삼중(48), 강정희(48) 부부는 특히 유학 온 외국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마다않고 앞장선다.
“지난번 중국에서 학생들이 왔을 때는 17명이나 홈스테이를 신청했더라고요.” 남편이 인솔해 온 학생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강씨는 그날부터 이들과 언어소통을 위해 한문사전을 뒤적여야 했다. 유난히 외국어 학습에 신경을 쓰는 남편 덕분에 선진(21.인하대2), 선미(18.인천외고3) 남매는 외국학생들과 접촉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 “외국인 홈스테이를 하면 잠시 만나는 게 아니고 일상생활을 함께 하기 때문에 언어습득이 무척 빠르다”는 남편은 이번에도 인하대학교 대학원에 유학 온 중국학생 공려명(남.26), 경희칙(여.26) 두 명의 홈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홈스테이를 시작한 동기는 작은 딸이 중국 태산으로 어학연수를 하며 현지 홈스테이로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 중국학생들에게 김치 담그기부터 된장찌개 끓이는 법까지 전수시켰다는 아내는 “경남2차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라며 “시장도 함께 보고 음식도 만들다보니 정이 들어 헤어질 때는 서운하다”고 털어놓는다. 이들 가족의 봉사는 하나가 더 있다. 농촌 봉사활동이다.
“우리시대야 흙과 살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벼가 밭에서 나는지 알 정도라니까요.” 강정희씨는 산교육과 봉사를 겸하자는 생각에 농촌 돕기 봉사에 나섰다. “처음엔 가기 싫다던 딸 아이가 지금은 가장 먼저 채비를 한다”며 이런 변화는 그냥 얻어진 결과가 아님을 얘기한다.
“어르신 공경 저절로 배웠어요”
산곡동 박명수씨 가족
재인(산곡여중1)이네 가족의 일요일은 분주하다. 늦잠꾸러기라는 동생 혜인(산곡초5)이 조차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이들 가족이 출발하는 곳은 계양산. 매월 한차례 마지막 주 일요일이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모시고 산행이나 인근 유원지 나들이를 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 나들이 하기란 쉽지가 않거든요. 특히 산을 간다는 건 도움 없이는 엄두를 못내죠.”
이날, 산을 오르며 할아버지 손을 잡아주던 재인이는 “우리 아빠 엄마도 이렇게 늙으실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한달에 한번이지만 어르신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김진도(75) 할아버지는 계양산을 바라보며 “좋다. 참 좋다”라고 연신 웃었고, 치매를 앓고 있는 곽정손(78) 할머니는 약수를 떠서 맛을 보며 짧게나마 기억이 되살아난 듯 “참 맛있다”라고 회상했다.
엄마 남명숙(40)씨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야외 나들이를 나오면 아이들처럼 좋아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려 가족 같은 유대관계가 생긴다고 한다. 아빠 박명수(46)씨는 직장(지엠대우)에서도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에게 긴급차량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봉사는 이뿐 아니다. 결손가정 아이들과 함께 놀이 활동이나 정서 나누기, 학습지도, 목욕봉사, 식사 및 식당보조, 환경정화, 드라이브 등 다양하다.
도움말 : 부평 건강가정지원센터(508-0121)
인천시 부평구 자원봉사센터(509-7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