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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In '꿈 가득, 사랑 가득' 가족이라는 이름

-가족 해체 시대 라구? 이집 저집 들여다 보면 정 넘치는 ‘행복한 세상’-

2007-0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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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In '꿈 가득, 사랑 가득' 가족이라는 이름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라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만고만한 문제와 근심거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굳이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문제가 뻔히 드러나 보이는 가족이 있다. 우리가 만나볼 가족들이 그렇다.
국제결혼 커플인 김승진 김페 부부는 문화적인 차이는 물론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었고, 함동신 씨 가족 역시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 사돈지간이라는 어렵고 불편한 관계들의 조합이었다. 또 송순택 씨 가족은 모두가 기피하는 노인 부양에 대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그런 만큼 처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때부터 주위 사람들의 만류가 적지 않았다. 때론 ‘미련하게 고생을 사서 한다’는 가시 돋친 말도 들어야 했다.
물론 우려했던 대로 갈등과 시련은 있었다. 고비마다 힘든 일도 많았고 가끔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속에서 그들 나름의 질서와 안정, 행복을 찾아냈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다. 금방 승부가 나는 단거리 경주와는 다르다. 그래서 이들 가족의 행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정의 달 5월, 가족은 최고의 쉼터다. 언제, 어디서나 오로지 내 편인 든든한 지원군이고 버팀목이다. 또 가족의 사랑이야말로 산삼이나 녹용보다 더 좋은 보약중의 보약이다. 힘들고 지친 서로를 위해 사랑 듬뿍 담은 보약 한 재 건네는 것은 어떨까.
 
104세 송순택옹 가족
“어르신 모시기 힘들지만
가족간 정으로 극복했죠”


부평구에는 100세 이상의 노인 분들이 2007년 3월 현재 9명(남자 1명, 여자 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유일하게 남자분인 송순택(십정동, 104) 할아버지를 찾아보았다.
부평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의 노인들은 대부분 가족들이 돌아가며 돌봐드리고 있었는데 사실 어른 모시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고 한다. 송 할아버지는 현재 종로에 있는 ‘천사의 집’에 당분간 모셨다고 한다.
지난겨울 할아버지는 갑갑증을 호소하며 성격이 거칠어졌고, 침해증상을 보였다. 보다 못한 가족들은 유료 기관인 양로원으로 모셨는데 그곳에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식사도 잘하고 한결 명랑해 지셨다.
“연세가 많을수록 비슷한 연령층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이 외로움을 덜 수 있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아들 송순택씨는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한 달에 50여만 원의 원비에 주말마다 찾아가는 비용 또한 무시 못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가정 역시 어른을 모시는 여러 가지 애로점을 이야기 했다.
송 할아버지 가족들은 “지금까지 우리 가족은 출가한 손녀들까지 힘을 합해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상태였다”며 “노인을 모시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기는데 그 때마다 가족들의 관심과 도움이 컸다”고 한다. 고령화 시대인 만큼 앞으로는 노인복지제도가 더 활성화돼 개인의 부담이 조금이라도 덜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수경 기자 rtr42@hanmail.net
 
 
산곡동 김승진씨 부부
한글 배우고 영어 가르치고…
산티아고씨 한국 주부로
 
산곡동에 살고 있는 김승진(52) 페 지마리노 산티아고(49. 한국명 김페) 부부.
이들은 지난 1995년 처음 만났다. 당시 김씨는 부인과 이혼한 뒤 8년 동안 혼자서 남매를 기르며 지내고 있었다. 평소 그런 김씨를 안쓰럽게 여기던 목사님은 필리핀에서 사역하다 만난 그녀를 소개해주었다. 그녀에 대한 정보는 달랑 주소 한 장. 무작정 편지를 보냈다. 보잘 것 없는 영어 실력이었지만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밤새 영어 사전을 뒤적이며 편지지를 채워나갔다. 그렇게 5개월 동안 편지만 주고받던 그들이 용기를 내 만나기로 한 날. 그는 그날의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필리핀에 도착했을 때 날은 어둑해지고 비까지 내렸는데 희한하게도 막막하지가 않았어요. 낯선 도시인데도 편안하더군요. 아마도 그녀가 사는 곳에 가까이 왔다는 생각에 그랬겠지요.”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또다시 이별. 그 후 결혼하기까지 1년 동안 또다시 편지를 통한 만남이 계속됐다.
국경을 초월할 만큼 서로 사랑했지만 결혼 생활은 쉽지 않았다. 일 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함께 지내다 보니 사소한 것까지 부딪쳤다.
“음…우리 필리핀은 traditional mother's society에요. 그런데 여기는 남자가 너무 해요. 무조건 자기 말만 들으라고 하고. 한국은 women's rights가 너무 없어요.”
필리핀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할 만큼 엘리트였던 그녀. 게다가 9남매의 장녀로 유독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한 그녀와 가부장적 유교사회에 익숙한 그가 함께 하자니 조용한 날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 게다가 언어까지 자유롭지 못하니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도 서툴렀다. 때론 언쟁하다 손이 머리끝까지 올라가기도 여러 차례. 그럴 때면 마음을 가다듬느라 한참 동안 밖에서 서성대기도 했다.
특히 그녀는 남편과의 갈등 못지않게 색안경을 끼고 차갑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힘들었다.
“한국 사람들… 항상 angry한 것 같아요. 한번은 밖에 나갔다가 집을 잃어버렸는데 아무도 don't help me. 그래서 울면서 남편 회사로 전화를 했었죠.”
하지만 그녀는 주저앉지 않았다. 포기하지도 않았다. 더 이상 주변인으로 머물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연계해 모임을 만들고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또 이웃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이웃 사람들과 조금씩 거리를 좁혀나갔다. 그렇게 생활한 지 벌써 10년째. 필리핀 출신의 낯선 이방인이었던 그녀가 이제는 동네 사람들과 안부 인사를 나눌 만큼 스스럼이 없어졌다. 또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한결 너그러워졌다.
최근 그녀는 부평구민의 한 사람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마다 모여 한글공부를 하는가 하면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 한국 요리까지 배운다. 또 지난해에는 미군부대 안에 있는 대학교의 교무실 운영팀장이라는 근사한 직함도 얻었다. 반쪽 한국인이 아닌 온전한 한국인으로 자리하기 위한 그녀의 치열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서로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부부는 이겨냈다. 요즘도 남편 김씨는 그녀의 행복한 한국 생활을 위해 쉬는 날이면 극장이나 공원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또 가끔은 서울에 있는 필리핀 식당을 방문해 고향음식을 선물하기도 한다. 또 고향에 계시는 장인어른 내외를 위해 매달 생활비를 보내고,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고향에 갈 수 있도록 마음을 쓴다.
한편 인천여성복지관 부설기관인 국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 따르면 국제결혼으로 인천에 터를 잡은 부부는 5700여 쌍, 이중 부평구에는 1300여 쌍(2007년 2월 통계)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적도 중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경선 기자
 

처부모와 함께하는 함동신씨 가족
결혼 1년뒤 부터 노부모와 함께
3대가 함께 대가족 ‘가화만사성
 
인천교육청 내에서 ‘쌀 한가마’와 ‘텔레비전 3대’로 통하는 가정이 있다. 6명의 대가족이 산다는 산곡동 한양8차 아파트 함동신(54)씨 이야기다. 함씨는 노모와 처부모를 한 집에 모시고 살던 중 지난 해 노모 이정옥(87)씨가 세상을 떠나며 7식구에서 6식구가 되었다.
이들은 결혼 후 1년이 지나며 장인장모와 함께 살게 되었다. 부부는 차남, 차녀였지만 입버릇처럼 “난 부모를 모시고 살거야” 했던 아내 이순옥(53)씨는 말대로 되었다며 웃는다. 몇 년 후, 큰 집에서 노모를 모시고 오며 7명 대가족이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죠” 하지만 단란한 이들 가정도 처음부터 만들어진 건 아니다. “돌아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라는 순옥씨 표현을 빌리자면 약간의 시집살이도 감당해야 했단다. 하지만 ‘노인은 공경해야할 대상’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가진 남편 덕분에 힘든지 모르고 지금껏 살았다고 돌아본다.
이들 가족의 쌀 한가마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내의 고생이 짐작이 간다. 가족도 대가족이지만 어른을 모시고 있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쌀 한가마도 어느 달은 부족하단다. TV는 각자 보는 취향이 다르니 자연 3대가 필요해져 구입을 했다. “가족들이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이야기를 하다가도 드라마를 하면 취향이 달라 뿔뿔이 흩어집니다.” TV가 3대인 이유다.
하지만 이들의 하루하루 소망은 단 하나 건강이다. 특별히 건강에 대해 아내 이순옥(54)씨는 “어르신을 모시고 살다보니 음식에 남달리 신경을 쓰고 있다”며 덕분에 조미료와 당분을 넣지 않은 음식으로 가정이 모두 웰빙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대가족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잠시, 결혼 초부터 함께 살아온 이들은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장모 박덕주(85)씨의 된장맛과 넉넉한 인심으로 동네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굳이 불편한 점을 찾으라면 아침나절 화장실 앞이란다. 가족이 많다보니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래도 할아버지(이기석.86)는 사위와 손주들이 출근할 때까지 아침 볼일을 참고 견딘다. 그러면 건강에 안 좋다고 손주 경훈(27)씨와 석훈(26)씨는 세면시간을 단축하며 욕실 사용을 줄인다. 아침마다 할아버지는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식사는 꼭 챙겨먹어라”라는 말로 손주 사랑을 대신한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효를 행하는 가정에서 두 손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아침마다 큰 절의 문안인사를 빠트리지 않는다. 함께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하지만 얻어지는 건 수 십 배 많다는 이들 가족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가족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함씨는 부평공고 행정실장을 하던 지난 2003년도엔 대통령표창까지 받았다. 이미 15년 전부터 나눔선교회, 새생명나누기운동, 국제기아대책기구, 사랑밭회, 꽃동네 등에서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어 실로 가화만사성을 떠올리게 하는 가정이다.                                           
이혜선 기자 2hye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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