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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화초 키우는 남편 셋’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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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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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화초 키우는 남편 셋’ 이야기

퇴근 후, 집안을 한 바퀴 돌며 15개의 화분에 물을 주고 잎사귀를 정리하는 남편이 있다. 청천2동에 거주하는 함형천(39)씨는 2년 전 이사 선물로 들어온 ‘팔손이’가 맥없이 시드는 모습이 안타까워 햇빛을 보게 하고 흙을 골라내고 물을 잘 줬더니 며칠만에 싱싱하게 살아난 것으로 화초키우기를 시작했다.
화초의 생명력에 감탄한 함 씨는 이후 베란다에 가지런히 화분을 진열하고 제라늄, 카랑코에, 블랙고무나무, 홍콩야자, 엔젤트럼펫, 아로우카리에, 게발선인장 등을 들여놓았다. 아이방에는 허브 3개를, 욕실에는 관음죽을 놓았다.
함 씨는 특히 작년에 농장에서 가져온 블루베리(엘리어트, 씨에라 종) 나무에 가장 정성을 쏟는다. “작년에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었다가 실패했어요. 7세 아들도 열매 따먹을 생각에 함께 물을 정성껏 줬었는데 미안했죠. 올해는 성공해서 아이와 함께 식물의 신비를 느낄겁니다”라고 말한다.
퇴근 인사로 나무를 매만지는 남편은 또 있다. 산곡3동에 거주하는 남성현(46)씨. 단독주택 작은 마당 2~3평 남짓한 화단에는 채송화, 봉숭아는 물론이고 감나무, 앵두나무가 자라고 있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은 아치형으로 장미꽃 넝쿨이 화려하다. 남씨는 “2층을 새로 지으면서 20년 된 감나무를 잘라내야 했어요. 병들고 벌레가 많았던 나무였긴 하지만 그 나무가 가진 역사를 살려주기 위해 다시 감나무를 심었어요”라고 말한다.
8세, 11세인 초등학생 아들 둘이 성인이 될 때까지 추억을 담으며 함께 키울 계획이다. 포도나무를 심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남 씨는 식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식물의 성질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부평3동에 3층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이수희(61)씨는 텅 비었던 옥상에 벽돌을 쌓아 화단을 만들었다. 화초키우기의 승패는 ‘좋은 흙’에 비결이 있다고 믿는 이 씨는 전라남도 고향 텃밭에서 기름진 흙을 몇 년간 날랐다. 10년이 넘게 옥상화단을 가꾸던 이 씨는 5년 전부터는 아예 고향 텃밭을 일궈 복숭아와 매실나무 등 200주를 심었다.
이씨는 “이 나무들은 자녀들에게 물려줄 유산입니다. 우리부부가 고생해서 키운 자녀 넷이 낳은 손자손녀들이 나중에 할머니,할아버지를 기억하며 나무 열매를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면 절로 힘이 나요”라고 말한다.
도시에서 남편들이 화초를 키우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이 세 남편들이 화초를 키우는 여러 이유 중 한 가지는 모두 같았다.
“내 사랑하는 가족들이 도시의 탁한 공기, 삭막한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을 사랑하듯 화초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경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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