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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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평역사박물관에서 ‘경술국치 100년, 민족수난사의 새로운 조명’이라는 주제로 『제7기 박물관대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저명학자 8인이 매주토요일 오후에 강의를 진행하여 주신다. 이번 주제를 선택한 것은 올해가 한일병합 100년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한국과 일본의 애증의 역사는 끝난 과거가 아니다. 아직 그 피해자들, 위안부 할머니들, 징용 피해자들, 피폭자들이 이 땅에 살아 있고, 일본측으로부터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일방적으로 합사된 영혼들, 일본에 유골이 남아 있음에도 아직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그들도 우리가 안고 있는 상처다.
오늘도 일본 우익은 자기들에 유리하게 왜곡된 역사를 그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우리의 잃어버린 문화재들은 이 땅보다 일본에 많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역사를 잘 기억하고 있는가?’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남북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과제에 당면해 있고, 기후변화를 비롯한 전지구적 과제 역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극단의 시대’라는 20세기 역사를 통해, 앞으로의 미래는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평화와 공존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최근 한일 지식인 200여명이 “한일 합방 조약은 불의하고 부당하고, 따라서 원천 무효”라는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것이 일본 사회에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도록 촉구함으로써 큰 울림이 되어야 하겠지만, 우리에게도 한 가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우리는 과거를 기억해야 함과 동시에 그것이 증오와 미움이 아닌 궁극적으로 화해, 그리고 용서를 위한 것임을 생각했으면 한다.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역사적 진실에 대한 겸허한 일본의 자세이지만, 자국중심의 사관은 한일 양국 모두 극복해야 할 공통의 과제다. 경술국치 100년,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다.
부평역사박물관장 이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