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명절 때면 부모 없는 어린 가장들 생각나”- 황동식·박순옥 부부
신참내기 경찰의 가슴 뭉클한 이웃사랑 - 부흥지구대 김한나 순경-
가족들과 함께 부모형제, 친지를 찾아 삼삼오오 길을 떠나는 명절. 모든 이들에게 즐겁기만 할까?
사람들은 아랫목처럼 따스한 정을 나눌 곳이 있어 먼 길을 재촉해도 힘든 줄 모른다. 형제자매도 많지 않은 요즘,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으로 부모 없이 생활하는 청소년들에겐 해마다 다가오는 명절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부모가 없다는 것은 지붕 없는 집에 누운 것과 같다’고 할 만큼 그 공허함은 크다. 소년소녀 가장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생각에 명절이면 마음 졸이는 노부부가 부평에 살고 있다.
전남 무안이 고향인 황동식(86), 박순옥(78) 부부는 젊은 사람들의 보호가 필요할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명절 때마다 부평구청으로 기부금을 기탁해 오고 있다 “명절만 되면 부모 없는 아이들이 가장 생각나고,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던 것도 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되어서 누릴 수 있었던 덕”이라며 “이제 그 고마움을 베풀 때라고 생각”되어서다.
“청천동에 살던 시절, 많지는 않지만 사랑의 쌀 모으기에 기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하게 되었다.”며 “우리야 밥만 굶지 않으면 되지요,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없다.”며 기사에 낼 일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아이티 지원하는데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고 더 풍족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부끄럽기만 하다”고 소년처럼 얼굴을 붉힌다.
따뜻한 노부부가 사는 부평이어서 인지 군데군데 눈 쌓인 겨울이 춥지만은 않다.
정여훈 명예기자
“추운 날씨였지만 바닷물을 먹어 보며 정말 짠맛이라고 좋아하는 모습에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경찰이라기엔 아직 앳된 표정의 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김한나(28) 순경은 지난 1월 부개동에 있는 저소득층 어린이들과 다녀온 여행을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그동안 부흥지구대에서는 김 순경을 비롯 5~6명 경찰들이 지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와 가출청소년 집인 ‘하늘목장’ 등을 방문해 청소년을 상대로 애로점 청취와 다과를 제공해왔다.
부개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와 ‘하늘목장’에는 저소득층 어린이와 가출청소년들의 쉼터로 세상과 소외감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부흥지구대에서는 이들에게 세상의 따뜻한 정을 나눠주는 것 뿐 아니라 범죄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으로 이곳 아이들과 만남을 하기 시작했다.
‘하늘목장’에 머물고 있는 한 청소년은 “김한나 순경을 보면 친언니와도 같아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게 된다”며 “언니가 내 미래 희망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꿈을 심어주었다.
김한나 순경은 “매우 총명한 학생인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 친구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들더군요.”사회취약계층,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돕기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삼산경찰서에 ‘봉사 붐’을 조성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민생활보호와 사랑 나눔 운동을 통해 따뜻한 경찰상을 구현해 나가는 신참내기 경찰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혜선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