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워드 입력, 사랑도 함께 입력
-윤미선 씨, 시각장애인 위한 특별한 봉사활동-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도서 워드 입력 작업을 하고 있는 윤미선 씨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윤미선(41)씨 책상이 수상하다. 한쪽에 쌓여 있는 다양한 책들과 바쁜 업무 틈틈이 책을 펼치고 컴퓨터에 앉아 워드작업을 하는 그녀. 그래서 그녀는 손님이 있든 없든 늘 쉴 틈이 없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워드입력을 하고 있다.
“늘 바쁜 와중에도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내 일을 하면서 틈틈이 봉사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워드입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했지요. 제가 전에 컴퓨터에 관한 일을 했기도 하구요. 피곤하고 힘들다가도 내가 빨리 작업을 끝내야 시각장애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 어느새 피곤도 잊고 컴퓨터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 작은 봉사가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고 보람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를 하고 싶어도 봉사 장소로 이동해야 하고,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데, 도서 워드 입력 봉사활동은 집이나 작업장에서 틈틈이 봉사할 수 있다. 또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책도 읽게 되고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틈틈이 봉사하는 윤씨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인성시각장애인도서관 관계자는 “워드입력봉사자는 시각장애인이 오독하는 일이 없도록 자원봉사 교육과 함께 ‘워드입력규칙’을 숙지하여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오타 없이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대부분의 활동이 재택봉사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늦어지는 기간 동안 시각장애인은 책을 접하지 못하므로 정해진 기간을 엄수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워드입력은 봉사자가 도서 워드 입력을 하여 인성시각장애인도서관에 보내면 음성합성보드(가라사대)에 의해 워드로 작업한 내용이 음성으로 변환되어 시각장애인들은 귀로 책을 읽을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모니터 상의 글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음성합성보드의 출현에 따라 시각장애인들도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인터넷의 보급과 음성소프트웨어의 발달에 따라 전자도서의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시각장애인들도 읽고 싶은 책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늘 바쁜 현대인들, 마음은 있어도 직접 봉사활동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조금만 마음과 눈을 돌리면 누군가의 용기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윤미선 씨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김수경 기자 rtr4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