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 만세 -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진경태 어르신
-마음 힘들어도 좌절금지
자식위해 한글 배우며 재기의 날 기다려-
행사 식전에 흥을 돋구는 풍물공연 중인 진경태 어르신(오른편)
당신의 자녀들을 키워 놓고 또 다시 어린 손자 손녀의 뒷바라지를 하며 틈틈이 취미 생활과 배우지 못한 공부에 도전하는 진경태 (68, 삼산1동) 어르신은 언제 뵈어도 단정한 모습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어르신은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만은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늦은 나이지만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이름 석 자 겨우 아는 짧은 배움으로 마음 아픈 사연도 많았었다.
한 아파트에 살면서 알게 된 젊은이가 근실하고 알뜰하게 사는 모습에 자식만큼이나 허물없이 지냈다. 어느 날 다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손자 손녀 뒷바라지와 집안일 틈틈이 부업을 하여 모아 두었던 돈을 내어 주었다. 그 젊은이 역시 함께 부업을 해왔던 터라, 액수로는 얼마 안 된다고 할지라도 그 돈이 어떻게 모은 돈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갚을 것이라는 답변만 거듭되면서 시간은 흘러갔고 돌려주지 않은 채 이사를 가버렸다. 이후에도 돈을 갚기는커녕 그 젊은이가 빌려 쓴 돈에 대한 보증을 써주었다며 법원의 출석 요구서를 받게 되었다. 그 당시 한글이라고는 겨우 이름 석 자만 알고 있었던 터라 한글조차 모른다고 해명하여 누명은 벗게 되었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한글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어르신의 큰아들(42)이 갑자기 닥친 병마로 반신이 마비되고, 부분 기억을 상실하여 글을 읽지 못하게 되자 안타까운 마음에 세상 모든 것을 다 잃은 듯 했다고 한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당신이 아들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한글 배우기를 시작했다.
“아들은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장학금 한 번 놓친 적 없이 공부를 잘 했어요. 그 덕에 경제적 어려움에도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던 똑똑한 아들이었는데 이렇게 기막힐 수가 없어요. 책 한 줄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
어르신은 얼마 전 삼산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한글초급
반에서 중급반으로 승급을 했다. 또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풍물 반에도 입학하여 활동 중이다. 복지관의 행사가 있는 날에는 오색의 아름다운 풍물복장을 곱게 차려입고 흥겨움을 돋우는 식전 행사에 참여하여 잠시 일상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