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 만세 1 산곡동 경남2차 아파트 경비반장 유대옥 씨
-“일하는 즐거움 몸이 먼저 느껴”
젊은시절 공수부대 특전여단 선임하사
노인 일자리 추천으로 경비업무 시작 -

의료발달과 함께 인간의 수명연장으로 우리나라도 급속도로 노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노령연금을 비롯한 노인복지정책이 서서히 국가적인 차원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요즘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을 가진 노인들이 많은데 반해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그 어느 정책보다도 소속감을 가지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이다.
산곡동 경남2차아파트 경비반장 유대옥(66·사진) 씨는“이렇게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운동부족으로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마음도 편치 않아 우울증도 생겼었다. 일을 한 후 건강도 되찾고 내 일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매일 매일이 즐겁다”라며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있다.
유 반장은“경비업은 젊은 세대보다는 세상 경험을 많이 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다. 이 직업은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들다. 섬기고 낮아지는 자세로 자신을 온전히 버려야 한다. 봉사정신이 없을때는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이 모든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려면 아무래도 오랜 연륜을 쌓은 사람이 아니겠느냐며 노인들의 일자리로 경비업을 추천한다.
유 반장은 요즘 청소년 선도에도 앞장서고 있다. 아파트 순찰을 돌다보면 어린 청소년들이 놀이터에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피워 놓고 담배와 술을 먹고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그럴 때마다 청소년들을 잘 타일러서 집으로 귀가 시키고 있다.
젊은 시절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그는 명문 춘천고를 졸업한 후 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공수부대 특전여단 선임하사였던 그는 나라를 위해 젊음을 불사르며 맹공을 떨쳤다. 그때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이 패기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던 시절이었다. 그는 준위로 81년 47세의 나이에 전역했다. 막상 전역하고 바라본 바깥세상은 생각한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공부를 해 안경국가고시면허증을 따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되었다. 두 자녀를 공부시키고 그런대로 잘 되던 안경점은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아 하향 길로 들어섰다. 온갖 힘을 다해 위기를 버터 보려 했으나 결국 안경점을 그만두게 되었다. 일자리를 구했지만 나이 먹은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었다. 집에서 쉬다가 2005년 5월부터 경비업체를 통해 경비일을 하게 되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 일을 끝냈구나’라는 생각에 행복감과 보람을 느낀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파트를 내 집처럼 주민들을 내 가족처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함박 미소를 머금는 유 반장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