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산 정상에 올라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구민들
하루를 여는 새벽,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이른 시간 출근길에 발이 되는 대중 버스는 달리고 새벽시장에서 싱싱한 꽃을 사기 위해 서두르며
건설현장으로 향하는 생생한 인력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첫 출산의 기쁨에 젖어 있는 산모와 복학준비에 이른 새벽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활기차다.
새벽 출근으로 건강을 다지는 모습과 아직 사람의 발길이 뜸한 보도블록 위에서는 환경 미화원의 빗질 소리도 들린다.
그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 이유는 아마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첫차 출근…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요”
기아차운전전문학원 양희동 씨

이른 새벽에 첫차를 타는 사람이 있다. 부평1동 양희동(62) 씨는 기아자동차 운전전문학원 교감으로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출근을 서두른다. 회사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그가 회사 문을 여는 까닭은 무얼까.
“육군 소령으로 26년간 군에 몸담았던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열쇠로 문을 열면서 오늘도 주어진 삶에 온 힘을 기울이며 일 할 수 있는 여건에 감사함을 느낀다.”라며 정리 정돈 후 가까운 공원에서 운동으로 하루를 열고 있다.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는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 그 자체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자 지향점이다”라며 새벽 출근으로 피곤해 하거나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앞선다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싱싱한 꽃 찾아 새벽길 질주”
인천꽃백화점 조광호 사장

동이 트려면 아직도 시간이 남아 있는 시간. 가로등 불빛이 없으면 물체를 분간하기 어려운 새벽 시간에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부평시장역 앞 ‘인천 꽃 백화점’ 조광호(49) 사장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싱싱한 꽃을 사들이고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꽃 도매상을 찾는다. 도매상에서 꽃을 사야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싱싱한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감회가 새롭다. 피곤할 때도 있지만 내 스타일로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어 새벽을 달린다”며 손님을 위해 서비스 정신과 사명감으로 경쟁력 있게 구매에서 승부를 건다고 말한다.
새해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홀로 사는 노인과 사할린 교포를 위해 생일날 케이크와 꽃바구니를 전달할 계획이다. 시골에서 어렵게 자란 탓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이웃과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저소득 자녀에게 장학금을 분기별로 지급할 예정이다.
“일찍 책 펼쳐야 치열한 경쟁 뚫죠”
대학 복학준비에 바쁜 양혁준 씨

작년 10월 말에 육군을 제대하고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온 산곡2동 경남아파트에 사는 양혁준(24)씨. 강원도 양구에 있는 최전방에서 근무하면서 새벽 기상을 시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와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활용하고자 그는 오늘도 활기차게 아파트 문을 나선다. 서둘러 도서관으로 향하는 그에게 새벽이 두렵지 않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동안 밀렸던 공부를 하면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복학해 남은 대학시절 후회 없이 꿈을 이루고자 온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라며 가족의 기대에 어긋남 없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른 미명의 시간에 공무원 시험을 위해 책과 씨름하고 있는 옆의 동료를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삶에 대한 건강한 자세와 의욕이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타인을 위할 줄 알며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자들이다. 하는 일은 제각각 이지만 묵묵히 새벽을 열어 우리의 아침을 차린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일상은 늘 따뜻하고, 그들이 있기에 하루는 무사히 열리고 또 편안하게 닫힌다. 배천분 기자
chunbunb@hanmail.net
‘부평in’을 끝내며…
2002년 1월, 월드컵의 열기와 함께 시작한 '부평in'은 만 6년 동안 72회에 걸쳐 지면을 채웠다. 기억에 남았던 일들은 부평사람들 100호 설문지를 들고 일일이 독자와 만났던 일, 인천영화촬영장소를 찾아 바닷가로 달려갔던 일, 노숙자와 그들을 돌보는 봉사원들을 만나 함께 밥을 날랐던 일, 부평의 21개 동을 돌며 새로운 부평의 역사를 만들었던 일 등등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부평in'은 이렇듯 ‘부평사람들’의 중심축을 잡고 왔다. 하지만 부평구민이 바라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는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새해를 맞아 이제 '부평in'을 보내려 한다. ‘부평in’에서 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를 새로운 지면에 담을 계획이다. 그동안 깊은 애정으로 지켜봐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무자년 새해 첫날 8대손 “응애~”
삼산동 김성열·백영주 부부

다산과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무자년 새해 첫날 조규학 여성병원 분만실에서 3.6㎏의 건강한 아기가 출생했다.
삼산동 사는 김성열(34) 백영주(30) 부부는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너무나도 기쁘다”며 “우리 아기가 앞으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백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병원에 입원해 새벽부터 진통 끝에 자연분만으로 3.6㎏의 건강한 아기를 분만했다. 햇수로 2년에 걸쳐 탄생한 아기라며 감격해 했다. 이들 부부는 오랫동안 아기를 갖지 못해 고민하던 중 8대 손을 얻어 더욱 행복하기만 하다. 아이 청력 검사를 하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부부는 새해 첫 아이라 예방접종을 무료로 해준다는 병원 측의 안내를 받고 더욱 즐거워졌다. 이들은 새해 첫날 태어난 아기이니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기의 출산을 도운 조규학 원장은 “쥐띠 무자년 새해를 맞아 새해 첫날 출산한 이 아이가 저출산 시대를 넘어 다산의 사회로 가는 상징적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탄생을 축하했다.
쥐띠 기사 ‘희망의 뛰뛰빵빵’
581번 마을버스 오병환 씨

장애인이나 어르신을 보면 손수 안내하는 마을버스 기사가 있다. 남다른 봉사정신으로 중무장한 사람은 부평역에서 계산동 구간을 운행하는 대인교통 581번 오병환(48) 기사.
그는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부평역에 나타난다. “마을버스 10년차입니다. 이용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낯이 익은 구면입니다.” 그가 운전을 시작한건 15년 전. 개인 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버스회사에 취업, 운전대를 잡았다. 처음엔 인사를 하면 어색해하던 승객들이 이젠 먼저 우유나 음료수를 내밀곤 한다.
한번은 자신의 버스에 장애인 부부가 탔다는 사실을 안 그는 출발 전 먼저 차량을 주차장에 대고 부부를 운전석 뒷좌석으로 안내했다. 그 장애인이 버스 안에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자 “장애인 한 분이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속도를 줄이겠다”며 10~20㎞로 서행운전을 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차 안에서 50만원이 든 쌈지주머니를 발견해 애타하던 할머니에게 돌려줄 뿐 아니라 급한 임산부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
대인교통 최영환(48) 사장은 “운전기사도 분명 서비스직인데 이러한 분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오병환 기사의 버스를 타는 승객들은 소박하지만 분명 따뜻한 한 해를 시작하지 않을까.
열심히 일해 ‘밝은 내일’ 열겠어요
인력시장에 모인 사람들

새벽 5시 30분, 부평역 인력시장. “파업을 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나도 파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력시장 그것도 꼭두새벽에 모인 ‘일꾼’의 독백이다. 일하기 위해 모인 이들에게 새해라고 남다르지 않다. 다만 일할 곳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게 파업이나 절망은 사치일 뿐이다. 이들은 파업을 하고 싶어도 파업을 못한다.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5년 째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다는 이명수(45) 씨는 “언젠가 인력시장에 모인 인부들이 모두 나간 적이 있었어요. 일터가 어디냐면 밤새껏 파업을 하던 대기업인데 협상이 되어 해산한 장소를 정리하러 나간 겁니다.” 마음이 착잡했다고 기억한다. 인력시장은 많을 땐 150여명씩 모이지만 요즘은 겨울철이다 보니 1백여명 정도 모인다. 하지만 7시 정도면 그 많던 사람들이 언제 다 나갔나 싶게 사무실 안은 썰렁해진다. 대부분 일터를 정해 나가지만 간혹 일거리를 얻어 나가지 못한 ‘일꾼’들은 집으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곳 인력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조영제(56) 사장은 “나온 사람들을 모두 현장에 보내면 마음이 가벼운데 그렇지 못한 날은 울적해 진다”며 “그렇지만 내일 현장을 찾느라 다시 분주해진다”고 말한다. 열심히 일하면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무자년 쥐띠 해, 인력시장에 모인 사람들이 꿈꾸는 희망은 다른 날 아침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동네 청소로 여는 산뜻한 아침
부평5동 임명탁·김애임 부부

부평5동 사는 임명탁(68) 김애임(61)부부는 새벽 미명이 밝아오면 집을 나선다. 문을 나서는 부부의 손에 뭔가 들려있다. 커다란 비닐봉투와 집게다.
의아함으로 뒤를 따라가니 걸음걸음마다 휴지를 집게로 주워 담는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한 결 같이 이들 부부의 새벽은 동일하다. 집 앞 골목과 가까이 있는 진달래 공원에서 운동을 하기 위함이지만 집게를 잡은 손은 청소부터 시작한다.
부부가 운동 겸 청소를 시작한 건 벌써 3년을 넘는다. 임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사경을 헤맨 뒤였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 양반을 끌고 나왔지…. 그땐 참 기가 막혔는데, 이젠 이렇게 걸음도 걷고 청소도 하잖우?” 김애임 할머니는 좋은 일을 하니 건강도 좋아진다고 자랑이 넘친다.
새벽 5시에 시작한 이들 부부의 레포츠(?)는 7시가 되면서 비닐 봉투 두개를 가득 채운 쓰레기로 마감한다. “남들은 새해라고 해맞이를 간다지만 우리는 매일 해가 뜨는 것을 보거든요. 그러니 가장 행복한 부부지요.” 어눌한 할아버지 음성이 속살 깊이 따뜻하게 다가오기에 더욱 반가운 노부부의 새해 발걸음이다.
이혜선 기자
2hyesun@hanmail.net